2016090401000213400008931

어제 개막, 오늘 막을 내리는 G20 항저우(杭州) 정상회의가 중국에선 'G20杭州峰會' 또는 '二十國集團領導人杭州峰會'다. '二十國集團'이 G20, '峰會(펑후이)'가 summit conference(정상회담)이다. 정상을 산봉우리에 비유한 거다. 중국에선 '峰立'이 우뚝 솟다, '峰年'은 피크 년이다. 그런데 G20정상회의를 항저우에서 여는 이유가 뭘까. 중국의 도시는 북상광심(北上廣深)→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부터 꼽히지만 항저우로 정한 이유는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이라고 해서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아래엔 쑤저우(蘇州)와 항저우(杭州)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천하절경이 쑤저우와 항저우다. 항저우만(灣) 쳰탕(錢塘)강 하구에 위치한 항저우는 월(越)과 송(宋)의 천년고도로 풍광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백거이(白居易→白樂天) 등 시인 묵객이 즐겨 찾던 시후(西湖)로 특히 유명하다.

항저우는 또 중국 최고의 미인인 서시(西施)의 고장이다.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더니 주변의 추녀들도 따라 찡그렸다고 해서 '효빈' '서시빈목'이라는 말이 유래했고 월왕(越王)의 미인계 주인공이기도 했던 미녀가 서시였다. 그런가 하면 쑤저우의 오(吳)와 더불어 '오월동주(吳越同舟)'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은 곳도 항저우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 본사도 항저우에 있고 마윈(馬云)도 항저우 사람이다. 아무튼 중국은 이번 G20 항저우 정상회담에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정상들을 다수 초대해 그들 국가와 선진국의 다리 역할이자 중심축이 되는 등 중국의 지혜가 '세계를 다스린다(全球治理)'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만큼 교통 통제, 검색 강화 등 엄계(嚴戒)가 지나칠 만큼 G20 정상회의에 세심한 준비(精心準備)를 했다는 거다.

하지만 G20 국가가 앞장서 풀어야 할 난제는 산적해 있다. 세계경제 침체와 기상이변, 유럽러시 난민, 끝없는 내전과 분쟁, 게다가 남중국해 동중국해 갈등을 비롯한 영토분쟁 등. 그런데 그야말로 눈썹에 불붙은(焦眉)의 시급한 문제가 북한 핵 저지다. 그냥 뒀다간 지구촌이 돌이킬 수 없는 핵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설마가 아니다.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