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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전 국제도시 송도입주자 연합회 기획이사
인천시는 지난달 15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새 명칭 공모를 마쳤다. 회관 측은 송도에 위치한 '아트센터 인천'과의 차별화 등을 위해 명칭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인천시는 약 6천억 원을 투입해 차별화된 문화시설을 짓고 있다. 이미 주상복합, 특급호텔, 오피스텔, 호수를 완성했고, 아트포레, 예술인 주거, 인공해변도 추가추진 중이며, 일대를 문화·예술가 도시로 만들고 있다. '거대한 문화인천 프로젝트'다.

그런데 명칭을 두고 말이 많다. 인천시는 적당한 이름이 응모되지 않자 시상식 현장 즉석에서 '아트센터 인천'이란 명칭을 확정했다. 이미 마포, 밀양 등 타 지자체와 엘지, 두산 등 기업이 쓰는 '○○아트센터'라는 이름을 흉내 낸 것이다. 서울 것을 본떠 '예술의 전당 인천' '세종문화회관 인천'이라고 한 것과 똑같다. 인천시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다. 문화·예술분야는 독창성, 창의력이 생명 아니던가. 그런데 명칭부터 흉내 내서 되겠나.

논란이 일자 정창일 시의원은 재선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인천시는 BI, 즉 로고작업이 완료됐다며 거부했다. 그런데 그 BI는 검정색, 줄무늬, 알파벳, 이니셜 등을 활용한 것으로 다른 기업에서 사용하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 표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독창적이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변경요구에 복지부동하던 인천시가 변경에 나섰다. 그런데 '아트센터 인천'이 아닌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이름을 바꾸겠다고 한다. 이 회관의 영문은 'Incheon Culture & Arts Center'다. 즉 'Arts Center Incheon'과 똑같은 것이다.

황흥구 문화위원장은 아트센터 인천을 변경하라고 했더니 왜 애꿎은 문화예술회관을 변경하느냐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둘의 영어표기가 같다는 것은 그동안 시민들도 계속 지적했던 바다.

이처럼 시민, 시의회, 언론에서 한목소리로 합리적인 지적을 한다면 즉시 수용하고 올바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정도행정이다. 여론을 수렴해 행정방향을 수정하는 것은 소통행정이자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데 인천시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물론 문화예술회관의 이름변경도 필요하다. 공설운동장, 시민회관처럼 독창성이 없어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문화예술회관의 명칭변경이 필요하냐 아니냐가 아니다. 아트센터 인천의 명칭변경 지적이 일자 애꿎은 문화예술회관의 명칭을 바꾸는 핑계행정을 한다는 데 있다. 문화예술회관 명칭변경에는 사거리, 지하철역명, 지하철 노선도, 도로표지판, 각종 문서변경 등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이 투입돼야 한다. 이것이 '필요'가 아닌 핑계행정의 유산이어서는 곤란하다.

이참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과 '아트센터 인천'의 이름을 아름답게 지어주자. 인천시는 남구, 서구, 동구의 이름을 독창성과 정체성을 고려해 변경하는 가치재창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맞춰 이들 예술자산의 이름도 아름답게 지어 준다면, 이는 인천에 꽃이 될 것이다.

/김성훈 전 국제도시 송도입주자 연합회 기획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