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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도발과 사드가 논의되자 북한은 '무시기 어드래? 놀고 있네!' 식으로 그 두 시간 뒤 노동 미사일 3발을 연달아 동해상으로 쏴댔다. 그런데 같은 시간 남한에선 괴이하게도 때 아닌 모병제 문제가 북한 미사일처럼 불거졌다. 한 마디로 때가 아니다. 시기상조에다 시기착란의 난센스다. 모 대권 도전자가 느닷없이 제기하자 '그게 시대적 대세'라며 어느 국회의원이 맞장구까지 쳐댔다. 그들에게 상기시켜 줄 게 있다. 소련에 두 가지 성(聖)스런 존재가 있었다. 하나는 볼셰비키혁명 지도자 레닌이고 다른 하나는 붉은 군대였다. 그 적군(赤軍)의 위상이 소련 헌법에 명시됐다. '군은 조국을 방위하며 사회주의 이념을 사수(死守)한다. 군은 공산당의 방패다'라고. 마르크스도 그 제1의 애국자인 군대를 가리켜 '혁명의 객관적 제1 요소'라고 치켜 세웠다.

그런 '성스런 붉은 군대' 조직이 아직도 지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게 바로 북한 赤軍이고 브레즈네프 시대를 넘어 아직도 적군 그대로 병영국가, 인민개병(人民皆兵)인 나라는 북한뿐이다. (인구 2천만에) 120만 군대가 모두 움직이는 폭탄이고 복무기간도 남자 11년, 여자 5년이다. 그런 북한이 변할 수 있을까.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이끈 고르바초프 같은 혁명가가 없이는 불가다. 미·소 냉전시대가 녹으면서 소련의 그 붉은 군대를 모병제로 바꾼 것도 고르바초프였다. 현재 한반도는 냉전이 아니라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 모병제는 한반도의 긴장 해소→북한 핵 포기와 개혁개방 없이는 안 된다. 대권 지망자가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모병제를 들고 나오는 건 표만을 의식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더구나 징병제로도 해마다 3만 병력이 부족하다는 판에….

미국은 1973년 모병제로 바꿨고 영국 프랑스 벨기에 캐나다 호주 등도 모병제다. 그런데 일찍이(1815년) 영세중립국을 선언한 스위스도 육군 20만, 공군 3만3천명의 군대가 엄존한다. 군대 없는 나라들도 있다. 아이슬란드 코스타리카 아이티 모리셔스 그레나다 도미니카 마셜제도 등. 군대 60만을 30만으로 확 줄이고 모병제를?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