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구역 확대·시간 연장
정부·인천 피해 대책 불구
불법조업 근절해법 못내놔

"요식행위로 회의만 여나"
어민불참 민관군협 '반쪽'


올 봄 중국어선 불법조업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이 정부가 뚜렷한 근절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9월 꽃게잡이 조업을 재개했다. 풍어에 대한 기원만큼이나 또다시 중국어선에게 황금어장을 속수무책 내어줄 수도 있다는 걱정이 크다.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30여 척은 지난 7~8월 금어기가 끝나면서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꽃게잡이에 나서고 있다. 올 봄 최악의 꽃게 가뭄을 겪었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이다.

옹진군에 따르면 아직 조업재개 초기라 중국어선들이 대규모 싹쓸이 조업을 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으나 3~4척씩 선단을 이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연평도 어민들은 지난 6월 NLL을 넘나들며 우리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와 인천시 등은 어민들의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조업구역 한시적 확대(14㎢), 새우잡이 조업시간 연장 등 어민피해 대책을 세웠지만, 근본적인 중국어선 근절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어민들은 단속 강화뿐 아니라 어민피해보상 법적근거 마련, 해상교통 인프라 개선, 식수문제 해결 등을 건의했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서해 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관련 어업인 지원 민관군협의회'가 조업 재개를 앞둔 지난달 29일 열렸지만, 대청도를 제외한 서해5도 어민 대표들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박태원 연평어촌계장은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보상 등 법적인 지원책 마련과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한데 요식행위로 회의만 자꾸 열면 뭐 하나"라며 "지금까지 정부나 인천시가 내놓은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가을 꽃게 어획량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나오면서 올 가을도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올 봄 연평도 꽃게 총 어획량은 15만7천㎏으로 지난해(43만5천㎏)보다 73%나 줄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2014~2015년 어린 꽃게 밀도가 그 이전 3년 평균에 비해 50%로 줄어든 상태라 내년 봄까지는 생산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어장이 조금 늘어나면 일시적으로 어획량이 늘어날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