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들이 희망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11일 오후 3시께, 용인시 풍덕고등학교.
오른손과 왼손에 각각 2개씩의 손가락밖에 없는 피아니스트 이희아(20)양의 반주에 맞춰 시각장애인 이상재(38)씨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클라리넷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테너 최승원(45)씨와 가수 박마루(33)씨는 어깨동무를 하고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라는 조용필의 '친구여'를 열창했다. 비록 목발을 짚고,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피아노에 특수페달을 단 공연이었지만 절묘한 하모니에 관객들은 숨죽였다.
이날 공연은 4명의 장애인 음악가들이 전국의 학교를 순회하며 학생들에게 장애를 극복하고 꿈을 이루게 된 경험담을 진솔하게 소개하면서 사회적인 편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장애는 몸의 불편을 뜻할 뿐, 삶의 불가능이 아니란 걸 알려주기 위해 콘서트 이름도 '희망으로’라고 붙였다. 시각장애인으로 살기 싫어 9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던 경험, 아이들이 '꽃게손'이라고 놀려댔던 아픔을 털어놓자 공연장은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지만, 이내 풍덕고 1학년 박진성군과 이희아양이 멋진 댄스를 선보이자 열광의 무대로 변했다.

공연을 본 풍덕고 1학년 유혜진양은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같이 호흡하면서도 제각기 특별한 음색을 내는 것이 신기했다”며 “그들이 장애를 갖고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걸 보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콘서트에 앞서 올해 용인시 학생예능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풍덕고 황규섭(19·테너)군 등 음악전공 학생 4명이 '해금산조' 등을 들려줘 박수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