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사회적 질병으로 퇴치사업 국민참여 중요
2주이상 기침 지속 된다면 반드시 검진 받아야
모두 결핵으로 일찍 사망한 예술가들이다. 과거 영화·드라마 속의 청순가련형 여주인공들도 대개 기침을 하면서 피를 토하는 '폐결핵' 증상을 보였다. 대부분 1950~70년대 가난한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2016년 현재는 어떠한가? 지난해 세계은행과 IMF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세계 경제순위는 11위, 1인당 명목 GDP는 2만4천달러가 넘고 세계무역 10위권에 있는 경제대국이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 유행했던 결핵 같은 후진국 병은 아득한 옛이야기가 돼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 사망률, 다제내성 등 결핵 역학 지표 '1위'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도에 신고된 전체 결핵 환자가 4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만도 무려 2천300명을 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에도 남양주의 한 고등학교,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결핵이 집단발병했다. 불과 얼마 전에도 평택에서 한 중학교 교사가 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 중·고등학교 등을 중심으로 한 소집단 결핵 발생이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이렇다면 결핵은 과연 대책이 없는 질병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아니다'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보건소를 중심으로 국가 결핵 관리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해 왔다. 여기에 경제성장에 따른 환경개선과 전 국민 의료보험 도입 등에 힘입어 결핵환자는 급격히 감소했다. 또한, 2014년 국가결핵관리사업 추진방향을 보면 잠복 결핵 감염자 치료, 환자 전수관리, 대국민 홍보강화, 인력·예산 확대 등을 통해 연평균 최대 10% 수준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결핵 퇴치 사업을 수행하는 협회도 연간 10만여 명의 취약계층검진과 150만여 명의 엑스선 검진을 통해 정부의 결핵관리사업에 발을 맞추고 있다.
결핵은 기원전 7천년경 석기시대 화석에서 흔적이 발견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중의 하나다. 수천년동안 퇴치하지 못했던 결핵 문제는 조급해한다고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결핵은 감염병이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정부의 정책과 퇴치사업을 수행하는 협회, 그리고 결핵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한 국민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질환 예방의 첫걸음은 개인의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결핵은 기침, 발열, 몸살,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2주 이상 기침이 지속 된다면 '설마'라는 생각보다는 서둘러 각급 보건소나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결핵 검진을 받아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부터 먼저' 동참하고 실천한다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결핵 퇴치의 그날은 그리 멀지 않다.
/우제찬 대한결핵협회 경기도지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