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노인과 로봇소년의 따뜻한 동거

■한 스푼의 시간┃구병모 지음. 예담 펴냄. 256쪽. 1만2천원


한 스푼의 시간
몇 년 전 아내와 사별한 명정은 조금은 낡고 조금은 가난한 동네에서 혼자 세탁소를 꾸려가고 있다.

 

외국에 살고 있는 외아들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어느 날, 발신자가 아들인 택배 상자가 명정에게 도착한다.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본 명정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17세 정도 되는 소년의 모습을 한 '로봇'이다. 소설은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노인과 소년 로봇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예리하고 세심한 시선,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와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세탁소에 살게 된 '소년 은결'이 유한한 인간의 시간 속 숨겨진 삶의 비밀과 신비함을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차분하게 그려낸다.

▶소설

1960년대 소련을 그린 자전적소설

■모스크바에서의 오해┃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최정수 옮김. 부키 펴냄. 144쪽. 8천900원


모스크바에서의 오해
1962~1966년 사이 사르트르와 함께 여러 차례 소련을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이다.

 

원래 1968년 출간된 소설집 '위기의 여자'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1992년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나이 60을 코앞에 둔 그녀가 겪게 되는 노화와 그에 따른 좌절, 젊은이들에 대한 질투, 오랜 세월 함께한 동반자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이 솔직하게 녹아 있다.

50년을 함께한 사르트르와의 애정은 앙드레와 니콜의 끈끈한 관계로, 모스크바에서 만난 통역사 레나 조니나에 대한 질투와 우정은 마샤와의 관계로 생명력을 얻었다.

소설의 배경이 된 60년대 소련의 모습을 그녀의 시선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또한 하나의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