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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풍계리(豊溪里) 핵 실험장엔 가지 않는다니 핵폭발 공포를 알기는 안다는 건가. 인류 최초 핵실험장은 1945년 7월 16일 미국 남서부 멕시코 접경인 뉴멕시코 북부 사막이었다. 암호명 'Trinity test(삼위일체 실험)'의 그 핵폭발로 사막의 모래가 녹아내리면서 깊이 3m, 직경 330m의 구덩이가 파였고 160㎞ 밖에서도 충격파가 감지됐다. 그 때 '원폭의 아버지' 존 오펜하이머(Oppenheimer)는 "이제 나는 가장 큰 파괴자가 됐다"고 신음처럼 중얼거렸고 트루먼 대통령은 "노아의 방주 이래 유프라테스 계곡 시대에 예언된 불로 인한 파멸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랬는데 한 달도 안 된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인류 최초이자 마지막인 원폭이 투하됐다. 1990년 5월 일본 정부의 공식 집계 사망자는 29만5천956명. 최종집계가 45년이나 걸린 이유는 오랜 세월 사투를 벌이다가 끝내 사망한 피폭자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5차 핵실험 폭탄은 일본에 투하됐던 20㏏ 규모다. 그런 게 서울 심장부에 떨어진다면?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더구나 지난 1월의 4차 핵실험은 수소폭탄이었다고 떠벌렸다. 미국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7년 후인 1952년 11월 태평양 작은 섬(에니워틱)에서 첫 수소폭탄 실험을 했고 이어 1954년과 1956년 미크로네시아 마셜군도 산호섬인 비키니(Bikini)에서 했다. 그런데 그 폭발 위력이 히로시마 원폭의 1천배라는 게 군사전문가 증언이다. 김정은이 그런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얻다 터뜨릴 참인가. 그야말로 '광염(狂炎) 소나타'에 취한 광인 아닌가. 우리 정부가 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참으로 문제다. 핵무기 개발도 안 되고 선제공격도 못하고 당한 뒤에 보복만 하자는 건지 답답하다.

5차 핵실험에 중국 언론도 꽤 화가 났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핵시험(核試驗)이 결국 조선을 질식시킬 것'이라고 보도했고 일반 여론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이다. 북한을 너무 자격(刺激) 말라는 거다. '中의 압박책동도 핵 폭풍으로 쳐부수자'는 지난 3월 조선노동당의 공갈이 두려운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