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최고의 두 사진이 있다. 하나는 전쟁의 비극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종전(終戰)의 환희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베트남 전쟁 막바지인 1972년 6월 고엽제(枯葉劑) 네이팜탄 공격을 받은 베트남의 9살짜리 소녀 판티 킴 푹 양이 벌거벗은 채 울부짖으며 마을 대로로 뛰쳐나오는 모습은 전쟁의 비극, 그 극명한 증거였다. 그 모습을 AP통신 사진기자 후잉 콩 우트(21)가 카메라에 포착했고 그 흑백사진 한 장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 베트남 소녀 킴 푹 양은 26살 처녀인 1989년 8월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우트 기자(38)와 감격적인 재회를 했고 그 벌거벗은 사진이 부끄럽긴 했지만 기쁨은 더했다. 그녀 또한 그 사진 한 장으로 유명인사가 돼 전쟁의 참화를 알리는 강연 다니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그 세기적인 사진 40주년을 기자가 회상했다. '그 사진 속 소녀가 숨졌다면 나는 자살했을 것'이라고.
또 한 장의 세기적인 사진은 제2차대전 종전의 기쁨을 상징적으로 증명한다. 해군 병사와 간호사 복장의 여성이 끌어안고 열렬히 키스하는 그 사진은 1945년 우리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 사진작가 아이젠스타트가 촬영, 미국 잡지 'Life'에 실리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았고 '라이프'지 최고의 사진으로 뽑혔다. 그런데 그 사진 속 남녀 주인공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드디어 몇 년 전 조지 멘도사와 그레다 프리드먼으로 밝혀졌고 놀라운 건 그들이 부부나 연인 사이가 아닌 생판 남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2차대전이 드디어 끝 종을 쳤다는 환희에 흔희작약(欣喜雀躍), 전혀 모르는 사이인 남녀가 끌어안고 열렬히 키스를 퍼부었다는 거 아닌가. 그 사진 속 여성 그레다 노파가 지난 9일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전쟁의 참화는 없어야 마땅하고 종전의 기쁨 또한 없는 게 낫다. 4살짜리 여자아이가 커다란 카메라를 총으로 알고 겁에 질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두 손을 번쩍 들어 머리 위로 올린 채 "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는 시리아 내전 사진, 작년 4월 언론에 뜬 그 한 장의 사진 또한 전쟁의 비극, 그 리얼한 단면이었다. 전쟁 광 김정은도 알고 있을까.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