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은 왜 분란과 전쟁, 사고뭉치인 지구를 한사코 끼고 도는가. 그런 달이 안쓰러워 최초로 달에 간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1969년 7월 미국의 달 우주선 아폴로11호를 타고 간 루이 암스트롱도 아니고 중국의 전설상 달에 사는 사람인 오강(吳剛)도 아니고 헤카테, 아르테미스, 셀레네, 다이아나, 루나 등 그리스 로마신화의 달 신들도 아니다. 그럼 누구? 그가 바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 이태백이 놀던 달아…'의 시선(詩仙) 이태백이다. 암스트롱보다도 1천200여 년 먼저 달에 갔고 달에서 노닐었다. 달이란 우주 정복자의 발자국이 찍힌 그런 달이 아니라 이태백이 놀던 달, 옥토끼들이 계수나무 아래서 불사의 선약(仙藥)을 절구에 찧던 그런 달이어야 달답다. 달이 없으면 시간이 무너진다. '세월(歲月)'이 해와 달이다. 달이 없으면 삼라만상 음양의 조화도 깨지고 인간의 몸속엔 수십 개의 달이 있다. 뇌(腦) 가슴(胸) 간(肝) 폐(肺) 위(胃) 등(背) 배(腹)….
그런데 이태백이 놀던 달은 초승달 그믐달도 아닌 보름달이었고 계수(나무) 아래 금두꺼비와 옥토끼, 월궁 속 선녀들의 달도 이지러진 달이 아닌 보름달이다. 그 달이 바로 휘영청 밝은 추석달이라면 더욱 정겹고 반갑다. '사람은 기쁜 일에 정신이 상쾌하고 달은 추석에 유난히 밝다(人逢喜事精神爽 月到中秋分外明)'고 했다. 중국에선 추석 차례도 달을 보며 지낸다. 그래야 복을 빌 수 있다는 거다. 추석 명칭도 중추절, 추절(秋節), 팔월절 말고 단원절(團圓節)이라고도 하는 건 단원병(둥근 달떡)―월병(月餠)을 먹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젊은 세대의 식성이 변한 탓인지 작년 추석에 홍콩서 쓰레기로 버린 월병이 108만 개였다고 홍콩 음식물 회수조직인 스더하오(食德好)가 지난달 밝혔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송편은?
내일 추석 달은 2% 부족한 보름달이란다. 100% 둥근 달은 17일 새벽에나 뜬다고 한국천문연구원이 밝혔다. 하지만 우러러 소원을 비는 데야 2% 덜 둥근 보름달인들 어떠랴. 일본인의 모치즈키(望月) 감성이야말로 유별나다. 보름달에서 향기까지 풍긴다고 해서 '카게쓰(香月)'라고 한다. 내일 추석 달에서 그런 향기까지 맡아보면 어떨까.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