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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므란티(Meranti)가 중추절 새벽 중국 푸졘(福建)성과 저장(浙江)성을 강타했다. 사망 20여명, 이재민 70만명.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고 도로가 끊기고 저장성 융쟈(永嘉)에서는 50여 가옥이 산사태에 묻혔다. 그런데도 중국은 태연자약, 그 추석날 저녁 우주정거장 톈꿍(天宮) 2호를 쏴 올렸다. 명절 저녁, 그것도 엄청난 태풍 피해를 당한 그 날 그게 가능했던 건 국민 정서와 감정이 납득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서 불행한 일을 당해도 명절은 명절이고 거국적인 대사이자 경사인 톈꿍 2호 발사도 이왕이면 중추 명절이 어떠냐는 대국다운 국민 정서 말이다. 두 번째는 땅 넓이가 한반도의 44배, 한국의 88배다. 중국은 표준시간이 하나지만 동서 시간차가 4시간으로 광대해 명절 귀성 길도 2~3일이 걸린다. 이번 중추절 저녁도 남동쪽은 태풍이 휩쓸었지만 우주정거장 톈꿍 2호를 발사한 북서쪽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장은 청명했다. 그러기에 가능했다.

드넓은 중국은 사고 없는 날, 무더기로 죽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그래선지 태풍·지진 등 재난에도 국영방송 등의 가무오락 프로가 제한되는 법이 없다. 매주 토요일 저녁 CC(중앙)TV의 토크 & 가요 쇼인 '中國 文藝'도 거르지 않는다. 2014년 4월 한국의 세월호 침몰 때는 어땠던가. 한 달이 훨씬 넘도록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 등이 전면 금지됐다. 워낙 충격적인 대형 사고를 순화시키기 어려운 국민 정서 탓일 게다. 그런데 작년 6월 중국 양쯔(揚子)강에선 '제2의 세월호'로 불린 유람선이 침몰했다. 458명 중 440명 사망. 세월호 인명 피해보다 더 컸다. 그런데도 국영방송 등은 가무를 금지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12일 5.8 규모 경주 지진에도 당일 밤 KBS 가요무대를 닫아버렸다.

지난 4월14일 발생, 8월까지 여진이 계속된 규모 7.3의 일본 쿠마모토(熊本) 지진은 80여명이 죽고 가옥과 교량, 도로 붕괴 등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그러나 NHK의 화요일 저녁 '가요 콘서트' 등은 거르지 않았다. 좁은 땅에서 아옹다옹 지지고 볶기 때문인가 우리 국민 정서는 너무 소심하고 옹졸하게 위축돼 있다. 어깨 좀 확 펴고 살 수 없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