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승강장에 설치된 대다수 CCTV가 '녹화기능'이 없는 '순간 감시용'으로, 테러나 각종 사건사고 발생시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경인일보 8월2일자 19면 보도) 이 CCTV로는 '현장 감시'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4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전철 1호선 S역. 개표구 옆에 있는 3평 남짓 한 역무실에는 모니터 한대만 달랑 놓여있었다. 모니터는 2개의 화면을 2초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있었지만 화면에는 텅빈 계단만 보일 뿐 승객들이 몰려 있는 플랫폼은 보이지 않았다.

이 역의 김모(63) 팀장은 “역무실에 설치된 모니터는 계단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려는 장애인들이 역무원들을 호출할 경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 역에는 2개의 캠(CAM)이 설치돼 리프트 쪽을 찍고 역무실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 승강장 쪽에 설치된 CCTV재생분은 역무실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애초 CCTV가 설치된 것은 기관사가 승객들이 승하차를 안전하게 하는지 쉽게 알아볼수 있도록 하기위한 것으로 테러나 사고 예방차원에서 설치한 것은 아니다”며 “이 경우 역무실 입장에서는 굳이 승강장의 화면을 역무실까지 전송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내 전철역 승강장에 설치된 CCTV중 상당수는 녹화도 되지 않는 단순 감시용인데다 이중 일부역은 역무실에서 현장 모습을 전혀 볼수도 없는 '먹통'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한국철도공사 영등포 전기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전철 1호선과 과천선, 분당선, 일산선, 안산선 등 경인지역 68개 역중 수원역과 금정역 등 50개역의 플랫폼에는 녹화기능이 없는 순간 감시용 CCTV가 설치돼 있으며 이중 19개역은 CCTV의 화면을 역무실에서 직원들이 전혀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시민들은 지하철이 이처럼 각종 사건·사고에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조모(52·주부·여)씨는 “CCTV가 녹화가 전혀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는데 역무실에서 현장 확인조차 안된다니 이젠 화가 난다”며 “역무실에서 역무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감시하는 와중에 현장에서 이상한 조짐이 보일 경우 현장에 출동해 사고를 막는 기능도 없다는 얘기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철도 공사 관계자는 “공사로 전환한 후 재정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아서 CCTV를 일괄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긴 사실상 어려운 사정”이라며 “앞으로 차차 역무원들이 CCTV화면을 통해 역내 모든 현장확인이 가능하도록 함은 물론, 녹화기능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