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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해괴한 소리가 다 들리네. 세 남자 술값이 21억원이라니! 천안의 세 사내가 술김에 헬기장에 침입해 응급구조헬기(닥터 헬기)를 훼손한 벌금이 무려 21억원이란다. 이탈리아 헬기 본사에서 보낸 e메일에 적힌 수리비가 21억원하고도 몇 천만원이라는 거다. 헬기 값은 80억원이지만 정밀검사 결과 워낙 고가 부품들이 파손됐기 때문이라 그렇다는 거 아닌가. 철부지 장난꾸러기들도 아니고 헬리콥터 뒷날개는 왜 잡아 돌리고 프로펠러 꼭대기엔 왜 올라가 드러눕는가. 뭣보다 우려스러운 건 세 남정네가 1인당 7억여 원씩 물어내라는 청구계산서를 받아들고 뒤로 확 넘어가는 건 아닐까. '까짓거 내면 되지 뭐' 하는 배짱이라면 또 몰라도…. 못 내면 부동산이나 급여 압류를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회가 관심거리다.

자고로 '술 먹은 개, 술 취한 미치광이(醉狂), 취하면 아무도 보이는 사람이 없다(醉中無天子)'고 했다. 중국에서도 '술 귀신(酒鬼), 취한 귀신(醉鬼), 술 마귀(酒魔)' 또는 '술 벌레(酒蟲子), 걸어 다니는 술 부대(酒囊)'라고 놀리고 폄하했다. 술에 대한 수사(修辭)는 긍정적인 것보다 그 반대가 단연 많다. '술은 백약(百藥) 중 으뜸(長)'이라는 말은 일본에서도 그대로 쓰인다(사케와 햐쿠야쿠노 초). 중국 당대(唐代)의 시인 백낙천(白樂天)은 '죽은 뒤 북두성을 쌓을 돈을 남길지라도 생전에 한 두루미(병)의 술만 못하다'고 술을 예찬했다. 하지만 프랑스 작가 카뮈는 '알코올은 인간의 불을 끄고 동물의 불을 켠다'고 했고 영국 철학자 러셀은 '음주는 일시적인 자살행위'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불교(팔만대장경)에서도 '술은 번뇌의 아버지요 더러운 것들의 어머니'라는 말을 남겼고 영국엔 더욱 무서운 속담도 있다. 'Bacchus kills more than Mars(酒神은 軍神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라는….

그런데 일본어의 '죠고(上戶)'는 술꾼이지만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고관대작이라는 말의 '대작(大爵)'도 큰 술잔이라는 뜻이다. 셋이든 넷이든 웬만큼 적당히 취한 채 기분 좋게 헤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만용(蠻勇)과 망동은 부릴 생각도 말고…. 세상만사, 지나치면 탈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