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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가치 뛰어난 세계적 유산
정작 국내엔 10점정도 남아 있고
그 맥이 끊어진 지도 700년 넘어
다행히 혜담 스님이 30년에 걸쳐
생명력과 魂 불어 넣어 복원 성공
고려불화를 '고려화불'로 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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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
우리나라에 중세시대 문화유산 중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 평가받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고려불화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아있는 고려불화는 160점 정도라지요. 그중 130점이 일본에 있고 미국과 유럽에 20점이 있고 정작 우리나라엔 10점 정도만 남아있고 그 맥이 끊어진 지도 700년이 넘었습니다. 다행히 그 맥이 끊겨 단절된 아픔을 겪어온 찬란한 고려불화가 부활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고려불화 복원에 성공한 혜담 스님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고려화불이 부활된 것은 스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스님은 고려불화에 관한 한 유일무이하고 독보적인 존재이지요. 스님이 고려불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30년이 넘었습니다. 1979년 불가에 입문한 스님은 수행 중 관음보살을 만나는 체험을 하고 그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고려불화를 재현하기 시작했다지요. 수행과 함께 불화를 복원하는 일이 불자의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스님은 수원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불화를 재현하기 시작했고 독학으로 새로운 경지를 이뤘지요. 끼니를 거르면서 하루 18시간까지 불화를 재현하는 일에만 정진했다고 합니다. 그 스스로도 시력이 약해지고 건강이 악화되는 등 엄청난 어려움을 겪으면서 30년 넘게 고려불화를 재현한 것이지요. 스님의 고려불화는 재현의 경지를 넘어 불화를 부활시킨 일대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석불과 목불처럼 화불로 부처님을 부활시켰다는 것입니다. 고려불화로 불리던 것을 고려화불로 명명(命名)한 것도 혜담 스님입니다. 단순히 그림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온 생명력과 혼(魂)을 불어넣은 고려화불은 그래서 재현이 아니라 부활의 의미가 강합니다.

스님은 이러한 공로로 2005년 대통령표창을 받았습니다. 200점 넘는 고려불화 복원은 물론 3년에 걸쳐 공들인 5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월관음보살도와 오백나한도 등 대작을 탄생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지요. 스님은 2014년과 2015년 세계예술인들의 로망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살롱 전 전시회에 초청을 받았고 심사위원 특별상 등 2개의 상을 받으며 명성을 드높였습니다. 중국과 일본,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초청전시회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버클리 대학 루이스 랭카스터(Lewis Lancaster) 총장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부활"이라고 했고 덕숭 총림 방장 설정 큰스님은 "불화를 그리는 혜담 스님은 살아있는 부처이고 스님의 손은 관음보살의 손"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스님은 이제 국민적 관심이 중요하고 고려불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지요.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것도 걱정이라고 합니다. 고려불화를 재현하는 일은 엄청난 정성과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요. 끊어진 맥을 부활시켰는데 다시 끊길 위기에 봉착한 것입니다. 고려화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고려의 문화 예술이고 고려인의 정신이기 때문이지요. 고려청자의 가치가 높이 평가받는 것도 고려인의 혼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문화강국을 지향하는 우리가 모두 고려불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해볼 필요가 있지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활기찬 기상과 찬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던 고려인의 정신을 이어받을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지난날 물질적인 성장을 추구해 온 우리나라가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접어든 나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지수가 하위권을 넘나들고 있는 걸 보면 잘사는 게 잘사는 게 아니지요. 물질에 치우친 나머지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등한시했기 때문입니다. 불화를 종교적 시각에서만 바라봐선 안 됩니다.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요.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의 문화유산이라는 차원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 찬란한 문화유산이 다시 숨 쉬고 고려의 기상이 용틀임하고 고려의 혼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이제 고려불화의 맥이 끊겨선 안 될 것입니다. 고려불화의 부활을 계기로 고려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대륙까지 뻗쳤던 그 기상이 힘차게 되살아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