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 식자우환(識字憂患)이다. '국민이 반기믄 좋지만 안 반기믄…'을 연상케 하는 반기문(潘基文)의 潘자가 별나다. 한자사전엔 潘이 '쌀뜨물 번'자고 성씨의 경우엔 '반'이라고 돼 있어 쌀뜨물 '번'과 반씨의 '반'은 글자만 같을 뿐 발음도 뜻도 다른 것 같지만 한자 본고장의 중국어사전은 다르다. '번'자 발음과 뜻이 따로 없고 '쌀뜨물 반'자가 바로 성씨 '반'자라는 거다. 유엔사무총장 호칭도 'the secretary general of the UN'은 유엔의 '총체적인 비서'라는 뜻이다. 일본에선 유엔사무총장을 '國連事務總長'이라고 부른다. 國聯이 아닌 '國連(코쿠렌)'이다. 중국서는 또 유엔사무총장이 '聯合國秘書長'이다. 유엔은 聯合國, secretary general이 秘書長으로 영어 표현에 가장 가까운 뜻이 '비서장'이다. 아무튼 우리 청소년의 선망 직위 1위가 유엔사무총장이고 존경하는 현존 인물 1위도 반기문이라고 했다.
그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막말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연설에서 매도해 버렸다. 1939년 필리핀 국어로 정해진 언어가 타갈로그(Tagalog)어다. 두테르테가 그 타갈로그어로 반기문을 'tarantado'라고 한 거다. 바보천치라는 뜻이다. 지난 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개 ××'라고 욕설을 한데 이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바보천치라고 한 이유가 뭘까. 지난 8일 라오스 동아시아 수뇌회의에서 '필리핀의 무리한 마약 단속이 인권 침해 아니냐'고 다그친 데 대한 보복 욕설이었다. 어쨌거나 지지율 1위의 반기문이 내년 1월 귀국을 예고, 대선 판도가 뜨거워질 예열은 이미 발동됐고 대권 잠룡들의 팬클럽과 싱크탱크 등 외곽조직이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거다.
반기문을 위한 '반사모 3040' '반존사' 등 팬클럽도 조직됐고…. 그런데 팬클럽 명칭이 '반딧불이'? 어둠을 밝힌다는 뜻인지는 몰라도 너무 미약한 거 아닐까. 횃불과 모닥불도 있건만…. 요는 국민이 '반기믄' 그만이다. 쿠르트 발트하임 전 유엔사무총장이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된 건 퇴임 후 4년째인 1986년이었다. 내년 12월 반씨가 당선되면 그를 능가하는 거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