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 괴담이 파다하다는 뉴스다. '경주 지진은 대지진의 전조다' '12일, 19일에 이어 다음 차례는 26일이다. 시간도 똑같은 밤 8시33분경이고' '개미떼 이동, 대형 갈치, 악취에다 특이한 모양의 구름도 떴다더라' 등. 26일 밤 8시 33분 또 지진이 난다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 체면을 벗어던지고 주변 동물들의 묵언 하교(下敎)를 따를 수밖에 없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은 무려 6만9천163명이 숨졌지만 지진 전조가 있었다.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지진 발생 며칠 전부터 진앙인 원촨(汶川) 인근에서 대대적인 서바이벌 엑서더스를 벌였다. 섬공(蟾公→두꺼비)들이 사전에 휴대폰 문자연락을 했거나 아니면 그리스신화의 대지의 신 가이아(Gaia)와 데메테르, 로마신화의 땅덩이 신 텔루스, 그리고 중국 땅의 '동티' 귀신으로부터 대피하라는 문자를 받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없었다.
동물들이 지진 예보관이다. 1970년대 중반 독일의 과학자 헬무트 트리부치가 미국과 유럽, 중국과 일본 등에서 가축과 야생동물들이 지진 전에 보였던 특이한 행동을 관찰, 그 결과를 발표했다. '지진이 나기 전 가축들은 우리를 뛰쳐나가려 했고 새들은 원을 그리며 나는가 하면 겨울잠을 자던 뱀과 곰이 깨어나고 심해(深海) 어류도 물 밖으로 나왔다'는 등. 1975년 2월 만주 하이청(海城)의 7.3 지진 때도 평소 날지 못하던 거위가 날아다녔고 한겨울인데도 나비가 나와 얼어 죽는 등 괴이한 행태를 보였다. 그보다 더 신기한 건 동물들의 지진 피해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津波) 때도 23만명이 사망했지만 동물원 피해는 한 건도 없었고 아득히 기원전 373년 그리스 지진 때도 뱀과 족제비들은 미리 대피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물들의 지진 감지 비결이 뭘까. 러시아 동물학자 리츠네스키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한계는 16㎐(헤르츠)지만 대다수 동물은 8㎐의 낮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지진파 감지가 가능하다'는 거다. 인간의 자만과 오만은 금물이다. 지진을 미리 대피하려면 영특한 주변 동물들의 특이한 행동 여부를 살펴 냉큼 꽁무니를 따르는 수밖에 없다.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