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밤부터 경기도 일원에 내린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비 피해가 잇따랐다.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천재(天災)도 있었지만 허술한 수방대책과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의 측면이 더 컸다.
 11일 오후 3시 전날 270㎜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던 양평군 양서면 북포리의 한 전원주택단지.

 길이 42m 높이 3m의 옹벽이 무너져 내려 시뻘건 흙더미가 도로위에 있던 카니발 차량을 덮쳤지만 현장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다행히 무더진 흙더미가 인근 주민들의 주택을 덮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원주택 주민들은 인근의 전신주가 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피신해 있었다.
 주민들이 당국의 허가없이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깎아 시멘트로 허술하게 옹벽을 쳤던 것이 사고를 부른 원인이었다.

 양평군 관계자는 “옹벽이 무너진 곳은 원래 길이 아니었다”며 “수방대책없이 맨흙에 시멘트를 그대로 덮어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290㎜의 비가 쏟아졌던 광주시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곳곳에서 발생한 비 피해는 안전불감증의 원인이 더 컸다.

 10여채의 가옥이 침수된 시청 인근의 경안동 일부지역 주민들은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양수기로 물을 빼내는 등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침수의 원인을 둘러싸고 주민간 설전도 이어졌다. “비오기전에 세입자들에게 막힌 하수구 등에 대해 조치하라고 했는데 그런 것도 안해놓고 비가 넘쳤다고 주인한테 보상하라면 어쩌냐”는 집주인과 세입자간 말다툼도 눈에 띄었다.

 비가 잦아든 오후 4시께. 퇴촌면 영동리 입구에서는 농민들이 다리를 넘어 논으로 거세게 밀려드는 물을 멀거니 지켜보고 있었다. 건설된지 10년도 더 된 상류의 야트막한 둑이 전날 내린 비에 무너져 생긴 일이었다. 마을 주민 지용만(51·농업)씨는 “장마철이 오기전에 상류의 둑을 정비했더라면 오늘처럼 논이 비에 잠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도 관계자는 “상습수해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수방대책으로 최근에는 큰 수해지역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러나 일부 주민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지역적으로는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내린 비로 구리, 남양주 등 6개 지역 53개 동이 일시 침수됐으며 용인과 양평지역에서는 각각 농경지 침수 및 축대가 전도되는 피해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