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철 교수
이상철 성균관대 겸임교수 의학박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해 새로운 10년이라는 미래를 설계했고 실현가능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민간의료보험(사보험)의 가파른 성장이라는 아주 큰 복병을 만났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한국의료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 가입규모는 2013년 전체 가구 중 77.0%로, 2008년 71.6%에 비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민간의료보험 가입가구당 가입개수는 평균 4.79개이며, 월 평균 28만8천215원을 보험료로 납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1천820만 가구가 있었으니 민간의료보험가입자들이 낸 총보험료는 52조5천억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해 건강보험료 수입은 39조원이었다. 여기에 정부지원금 5조8천억원을 더해 44조8천억원으로 건강보험수입을 계산하더라도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보다 7조7천억원이나 많은 규모인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다.

프랑스와 독일의 민간의료보험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내용과 성격이 달라, 이들 국가의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은 '발전적 협력관계'에 있다. 대부분의 민간의료보험은 이윤이 아닌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이러한 관계가 가능하다.

프랑스 민간의료보험사들은 민간의료보험의 손해율(지급률)은 '보험금(의료비) 총지급액/당해연도 보험료 총수입'으로 계산된다. 프랑스 보충보험 평균 손해율은 81.8%정도이며, 단체보험이 개인보험보다 10%정도 높다. 이는 우리나라 손보사들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계산방식과 달리 분모를 부가보험료를 포함한 총 보험료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 건강보험은 10년 전부터 약 70억 유로의 큰 적자를 보이고 있다. 민간의료보험에서 이익을 남기면 법인세로 세금(10∼15%)을 부과해 국고지원금으로 건강보험공단(공보험)에 환원시키고, 보충보험지원제도(CMU)지원금으로 활용한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공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작동은 우리와 현저히 다르다. 이들 국가에도 실손의료보험이나 보충형보험이 있다. 그러나 이들 민간의료 상품은 국가의 통제하에서 공공성이 유지된다. 공보험은 강력한 보장성을 기반으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어 민간의료보험 때문에 훼손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미래사회를 대비해 적정부담과 적정급여의 체계를 유지하고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의 기로에 서 있다. 민간의료보험을 외국사례의 경우처럼 건강보험의 보충보험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상철 성균관대 겸임교수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