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잣나무는 늘 푸르고 변함이 없어 소나무와 함께 고고한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나무다. 잣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꼽히는데 잣나무를 영어로 코리안 파인(Korean Pine)이라고 하며 학명에도 한국의 나무라는 것이 분명히 표시되어 있다.
잣나무는 소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에만 자란다. 추운 곳을 좋아하는 한대수종으로 우리나라에는 백두산과 개마고원에 주로 분포하고 강원도 오대산과 설악산 등 높은 산에서 자라는데 남부지방에서는 표고 1천 미터 이상 되는 고산지대에서 자생한다. 잣나무는 1970년대부터 조림을 시작했으며 리기다소나무와 낙엽송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심어져 있다. 잣나무는 토심이 깊고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데 어렸을 때는 그늘을 좋아하지만 커갈수록 햇빛요구량이 많다.
잣나무는 높이는 30m, 가슴높이 직경이 1m까지 곧게 자라고 가지가 돌아가며 고르게 뻗어 긴 삼각형의 안정된 형태를 보인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이고 가로세로로 얇게 갈라져 있으며 바늘 모양의 잎은 짧은 가지 끝에 다섯 개씩 모여서 달리는데 유난히 짙푸르고 무성하다. 꽃은 적황색으로 5월에 피고, 열매는 다음 해 10월에 열리는데 솔방울처럼 생겼으나 긴 타원형으로 크기가 어른 주먹만 하고 비늘 밑에 잣이 들어있다. 보통 잣송이 하나에서 100개 정도의 잣이 나오는데 열매를 맺으려면 적어도 12년 이상 자라야 하고 25년 정도 지나면 결실량이 많아진다.
잣은 죽을 쑤거나 요리나 다과에 고명으로 얹어 먹었는데 단백질 등 기본 영양성분은 물론 무기질과 비타민까지 고루 갖춘 완전식품이다.
잣은 지봉유설 등 옛 문헌에 보면 중국 사람들이 잣을 좋아해 당나라 때는 신라사신들이 갈 때마다 잣을 많이 가지고 가서 선물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잣이 매우 귀했는데 특히 신라인들이 가져간 잣의 품질이 좋아 우리나라 잣나무를 신라송이라고도 불렀으며, 바다를 건너왔다고 하여 잣나무를 해송(海松)으로도 불렀고 열매인 잣은 해송자라고 불렀다.
정월대보름 전날 잘 고른 잣 12개를 바늘에 꿰어 열두 달을 정하고 불을 붙여 잘 타는 달은 일이 잘 풀린다고 믿어 한 해를 점치는 풍속이 있었고, 정월 초하룻날 잣나무 잎으로 만든 술을 마시면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잣나무는 품질이 매우 좋은 목재다. 나무의 가운데가 불그스름한 색을 띠고 있어 색과 무늬가 아름다우며 틀어짐이나 수축, 팽창이 적고 가볍기까지 하여 건축재, 가구재, 선박재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송진이 많아 가공이 어렵지만 송진 때문에 향이 좋고 보전이 잘되는 장점이 있다. 옛말에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으면 잣나무를 심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빨리 크는 오동나무로는 딸의 혼례 때 가구를 만들고 곧고 굵게 자라는 잣나무로는 관을 준비한다는 의미이다. 경북 경산의 삼국시대 초기 고분에서 출토된 목관이 잣나무로 밝혀져 이용되어 온 역사가 그만큼 길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