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근대 개항 이후 국내 거주 일본인들이 늘어나자, 일문으로 된 각종 인쇄물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1900년초 일본학자 아사미린에 의해 고려의 상정예문이 1232년 인천 강화도에서 금속활자로 출간된 책이라고 일본인들에 알려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1944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국내로 들어온 조선과학사라는 책에서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상정예문이 영국 국립박물관 도서관실에 소장돼 있다는 자료를 보게 되었다. 이러한 자료들을 근거로 금속활자활자본 상정예문 책을 인천시가 주도적으로 나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지난 2013년부터 해왔다. 금속활자본 직지보다 145년 앞서 인천 강화도에서 인쇄 출간된 상정예문 책이 어떻게 멀리 영국에까지 나가야 했던 것인지, 그 경위를 알아보고 찾으려는 노력은 인천 문화의 자긍심이라는 주장 이었다.
몽골의 침략으로 인천강화도로 천도한 고려는 1232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상정예문을 출간할 정도로 인쇄 문화를 발전시켰던 국가다. 인천 바닷길을 사이에 두고 몽골군과 대치 중에도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 상정예문을 세상에 내놓은 국가인 것이다. 금속활자본 상정예문은 고려국가의 예식과 생활로 전해오는 예법들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고려 학자 17인이 모여 엮어낸 50권으로 완성된 책이며 28부를 인쇄해 각 지역 관아에 배부했다는 기록만 있었을 뿐이었다.
본인도 나름대로 일본의 주요 책자에 소개된 상정예문에 관한 자료를 모아 여러 경로를 통해 찾아보려고 노력을 경주해 왔었다.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우리 인쇄 문화의 우수성과 인천의 상징물이 될 수 있는 고려의 금속활자본 상정예문 책 찾기를 멈출 이유가 없었다.
인천의 성격처럼 끈끈한 기운을 가지고 노력하던 중 상정예문 책 찾기에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놀라운 자료를 보게 되었다. 108년 전인 1908년에도 우리나라에 고려의 상정예문 책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자료다. 국권이 약해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여러 방면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자는 하뽀오정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이, 국내에서 생활하면서 상정예문 책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을 알게 돼 일본으로 반출시킬 수 있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일본 최초의 금속활자판이라 일컫는 1592년에 출간된 효경본이 있는데 조선에서 금속활자를 가져다가 출간한 것이라는 일본학계의 정설도 있어 상정예문 책에 일본인들이 눈독을 들였을 거라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상정예문이 국내에 있었다는 자료는 1908년 5월 출간된 한적목록고본(국립도서관 소장)에 나오고 있다. 일본동경외국어학교 한국교우회 회보 제1호 부록편에 나온 책인데 거기에는 우리나라 고서 목록이 총 망라해 있었다. 이 책자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공동으로 집필하고 출간된 최초의 우리나라 고서목록이다. 고려의 금속활자본상정예문은 50권이 한 벌인데 누렇게 색이 변한 한적목록고본 전장부에서 상정예문 30권이라는 문자가 눈부시게 보였다. 상정예문 30권이 게재돼 있다는 것은 1908년에도 누군가가 소장하고 있거나 어디에 분명히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상정예문 책 찾기에 인천시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고 싶다.
/ 이강동 (인천 중구 우현로)
[독자기고] 인천시, 고려 상정예문 책 찾기에 나서야 한다
입력 2016-10-03 22:24
수정 2017-03-1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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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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