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말세와 말법국가 실현에 기를 쓰는 것인가. '말세'는 예수 부활 2천년 후부터라니까 코앞에 닥쳤고 '말법(末法)' 또는 '말법시(末法時), 법말(法末)'이라는 시기 또한 석가모니 입멸 1천500년 후부터라니까 현세(佛紀2650년)는 물론 이미 1천년 넘게 말법시대다. 북한 외상 이수용이 지난 4월 21일 유엔연설에서 '핵에는 핵이고 우리의 최후 선택지는 핵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AP통신 인터뷰에선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핵 폐기가 아닌 실험 중단이다. 이용호(李容浩) 현 외상은 지난 23일 유엔연설에서 한 발, 열 발은 더 나갔다. '핵 개발은 미국의 핵 공격을 막을 정당한 조치고 조선반도 정세 악화는 미국의 적대시와 한·미군사훈련 때문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금지는 왜 유엔회원국 중 우리만 해당하는가'에 이어 '미국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대국이 아닌 국가들이 1961년 결성한 게 '비동맹회의'고 북한도 1975년 가입했다. 이용호는 지난 5월 외상에 취임하자마자 베네수엘라 비동맹회에 참가, 거기서도 일갈했다. '미국에 맞서려면 핵무장밖에 없고 핵개발은 계속할 것'이라고. 그들이 미국과의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거다. 지난 9일의 5차 핵실험 비용이 500만 달러(약 60억원)라고 국정원이 그날 국회 보고에서 밝혔다. 그런데 그 5일 전 북한은 국제사회에 수재민 구호요청을 했다고 13일 CNN이 전했다. CNN은 또 '11일 북한 북동부에 71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고 유엔인도문제조정사무소도 태풍 라이언로크(Lionrock)의 폭우로 함경북도 무산(茂山), 연사(延社)군 등에서 133명이 사망, 395명이 생사불명이고 14만명이 당장 구호대상이라고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수해 현장에 얼씬도 않고 북한 인민은 이른바 '200일 전투'에 동원된 지경이다. 핵개발과 경제발전 병진(竝進)노선 매진을 위해 인민을 강제노역에 내몰고 있는 게 '200일 전투'다. 수해 복구도 알아서들 하라는 거다. 북한의 말세와 말법 끝 종말이 빤히 보인다. 남측의 '나 몰라라, 너도 몰라?'식 정치 꼬락서니도 오십보백보고….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