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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안이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 이후 모두가 넋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항에는 여파가 크지 않다는 말만 곧이곧대로 믿었던 거다. 한진해운이 인천항에서 처리하던 컨테이너 물동량이 적었고 대체 선박도 투입해 이렇다 할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크게 간과한 것이 있었다. 한진해운 사태의 불똥이 기업으로 튈지 몰랐던 거다. 아니, 몰랐던 게 아니라, 관심이 없었던 거다.

경인일보는 이달 초 한진해운 사태로 인천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을 확인해 최초 보도했다. 인천 중소기업 등이 생산한 제품을 싣고 미국과 유럽 등지로 가던 선박들이 각국의 입항 거부로 바다에 발이 묶였던 거다. 정해진 기한에 제품을 못 보내 손해배상을 물어 할 처지에 놓인 거다. 이뿐인가. 선박 운임은 2배 가까이 뛰면서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인천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전전긍긍했다. 기업 현장에선 그야말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도 기업 피해 상황을 다루는 언론 보도들이 뒤따랐다.

인천시를 비롯해 거의 모든 인천 경제기관·단체들은 경인일보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상황 파악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인천 경제를 지탱하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남동국가산업단지 등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본부장·박동철), 인천 4천 개 수출기업을 회원사를 둔 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본부장·안용근) 등은 취재 과정에서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아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업이 피해를 신고할 창구도 제대로 열어놓지 않고 하는 엉뚱한 소리였다. 중소기업 지원의 중심축인 인천지방중소기업청(청장·박선국)도 깜깜하긴 마찬가지였다. 시는 또 어떤가. 경인일보 보도 당일 오전 유정복 시장이 주관한 간부회의에선 "인천항은 이상 무"라는 식의 한심한 보고가 있었다.

한진해운 사태가 '인천 경제 위기관리 능력'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