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나 지금이나 정치집단은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 정점에 있는 이가 최고 권력자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그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신념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방법이 지나치다싶으면 그 목적이 정당화될 수 없다.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季氏의 가문에 속한 季康子와의 대화에 그 내용이 나온다. 계강자가 "제가 추구하는 제대로 된 정치방향을 따르지 않는 자들을 죽여서 제대로 된 정치가 이루어지게 한다면 어떨까요?" 공자는 "정치란 德을 기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무력을 동원하여 강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가 진정 善한 정치를 지향한다면 자연 백성들도 당신의 노선을 지지할 것입니다. 이는 마치 풀이 바람의 방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과 같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산이나 들에 가 보면 풀이 한쪽으로 누워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보면 그 곳의 풍향을 알 수 있다. 民草라 부르는 풀은 이렇듯 정치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바람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절대적으로 바람의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다. 풀은 추위를 타며 앙상하게 누워있는데 바람이 남동풍이라고 우기면 누가 옳은 것인가? 民草와 風俗은 현란한 세치 혀로 속인다고 속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