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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김'을 확 빼고 '재수' 없게 만든 사람이 '김재수'가 아니다. 이 나라 정계에 천하장사 영웅(?)이 등장한 거다. 그가 정치권을 싸잡아 정수리까지 들어 올렸다가 사정없이 패대기치는 바람에 대한민국 정국이 무참히 깨져버렸다. 반쪽짜리 국정감사 파행(跛行)을 불렀고 헌정사상 초유의 여야 역할이 뒤바뀌어 야는 주도, 여는 보이콧하도록 요술을 부린 거다. 하긴 포복절도하게도 '더불어 여(與)'자 더불어당이 '여당'이라는 뜻이다. 어쨌거나 김재수는 호칭도 버거운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장에 등장했지만 투명인간으로 둔갑해 버렸다. 말도 하고 눈도 껌뻑거리는 인공지능 로봇급도 아닌 말 못하는 허수아비가 돼버린 거다. 그의 답변 자격을 박탈한 채 차관에게만 질문을 몰아쳤다는 거 아닌가. 그런 거야(巨野)의 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항거, 여당 대표가 헌정사상 초유로 단식투쟁을 벌이도록 만든 사람 또한 김재수고….

그래서 '김재수 난'이다. 그는 왜 국회청문회부터 장관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가. 1억9천 전세로 93평 아파트에 7년을 살았단다. 93평 아파트 전세라니! 그게 어느 정도 넓이인지 가보지 않고선 상상도 못하겠지만 '93평 전세'부터 상식 밖이다. 그게 결정적인 부적격 사유는 아니지만 은행 금리혜택으로 집을 사 재테크를 했다는 점, 모친의 과도한 의료보험 혜택 등이 청문회서 문제가 됐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흙수저'라 청문회 밥이 됐다며 불평을 해댔다는 거 아닌가. 그런 김재수를 장관 임명에 강행한 오기 또한 문제고 그렇다고 임명 한 달도 안 된 장관을 굳이 해임하라고 결의할 건 또 뭔가. '그래 느끼리 잘 해 봐' 하면 그만일 걸. 그런데 더더욱 납득 불능은 박 대통령의 장관 해임건의안 거부다. 그야말로 아집 고집불통 아닌가.

안보 위기와 민생고 등은 안중에도 없는 듯 벌이는 거야와 여, 정부 대결은 치졸하고도 졸렬하기 짝이 없는 저질 중 저질이다. 부르짖던 협치라는 게 협조할 '협치(協治)'가 아닌 속좁아터진 '狹治'고 협박이나 해대는 '脅治'였던가. 아무튼 정치권이 물구나무서듯 뒤집혀도 눈 하나 깜짝 않는 김재수의 ×배짱만은 무형문화재 감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