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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이 주관한 디자인 엑스포트 클럽이 밀라노 소비재 박람회에 참가하여 250억원 계약(2천200만달러)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상담실적이 아닌 실계약 기준 금액이라는 점과 향후 추가계약 가능성 등은 모두 제외한 것임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

기업당 10억원 총 300억원 수출성과 목표를 정할 때만 해도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스스로 가능성에 회의를 품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이 지면을 빌어 참여기업과 주관기관 계원예술대학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지난 4월 철쭉과 영산홍이 울긋불긋 지천이었던 봄 어느 때였을 것이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은 계원예술대학교와 협력하여 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실험에 옮겨보기로 공모하였다. 중소기업의 진입 문턱이 유독 높은 유럽 소비재 시장을 타겟으로 이른바 '수출대박' 작품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발칙한 아이디어였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연속 8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며 수출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면서 시름이 깊어가던 때였다.

아이디어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디자인. 흔하디흔해 식상한 개념 같지만 현대 자본주의 상품시장에서 디자인은 신이고 권력이다. 스마트폰에서부터 연필 한 자루에 이르기까지 이 디자인 신이 관여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중소기업은 절대적으로 디자인에 취약하다.

우리는 한 끗 차이 디자인이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에 착안하였다. 유럽인의 시선을 잡아끌 아이디어 제품을 선별하여 디자인이라는 날개옷을 입혀 보기로 했다. 디자인 엑스포트클럽(DEC) 참여기업은 수준 높은 강의를 통해 디자인 의식을 내재화하고 전문가의 세심한 컨설팅으로 제품이 생명력을 얻어 새롭게 탈바꿈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하나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보았다.

DEC의 최종 목적지이자 결전지는 유럽의 고색창연한 도시 밀라노에서 개최된 HOMI 전시회. 52년 역사를 가진 유럽 3대 소비재 박람회로 올해 40개국에서 1천441개 기업이 참가, 관람객 수가 7만여명에 이르는 대형 전시회다.

DEC의 성공은 정부의 수출지원 체계와 전시회 지원방식에서 고정관념을 탈피한 하나의 롤 모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DEC의 작은 성과의 원인은 첫째, 고정관념을 탈피한 과감한 사업설계에 있다. 기존의 단발적 지원이 아닌 이른바 패키지 지원체제의 구축으로 사업단계별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둘째는 전시회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 DEC는 처음부터 호미전시회를 겨냥하여 조직하고 설계되었기 때문에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었다. 전시회 콘셉트에 부합하는 제품과 기업을 세심하게 선정하였다. 아무리 탐이 나도 콘셉트와 동떨어진 제품은 과감하게 선정에서 제외하였다.

리플릿, 동영상자료, 선적규격 등 제품 소개자료를 일관되고 통일성 있게 제작하여 하나의 세일즈 키트에 담아 바이어에게 제공하여 신뢰도를 높였다. 전시회를 앞두고 주기적으로 수차례 초청장을 보내 전시회를 바이어와의 교류와 네트워킹의 장으로 활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세련되고 개방적인 부스 디자인. 기둥을 끼고 있어 자칫 불리할 수 있는 위치를 배정받았으나 기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부스를 배치하여 멋스러움과 세련미를 연출하였다. 진열대가 관람객의 동선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4면이 오픈되어 누구나 쉽게 제품과 감성적 교감이 이루어졌다. 바닥 카펫은 태극문양을 모티브로 색상을 입혀 한국관임을 간접적으로 부각시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가 만든 것들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기대한 대로 성취하며 기대한 대로 경험한다. DEC의 작은 실험과 성공이 널리 확산되어 중소기업의 수출활로가 넓어지고 수출물꼬가 봇물처럼 터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