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이모(45)씨는 두달전 심근경색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으나 혈관을 뚫는 수술비가 900만원이라는 소리에 망연자실했다.
이씨는 때마침 정부가 의료혜택을 못받는 노숙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수술비까지 지원하는 '무료진료사업'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이씨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의무가입대상인 '건강보험'에 가입됐다는 이유로 무료진료사업 자격이 안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돈이 없어 보험료를 장기체납해 건강보험 혜택을 전혀 못받는 상태”라며 “치료의 기회를 얻으려면 주민등록을 말소해야 하는 것이냐”고 따졌지만 허사였다.
정부가 지난 5월부터 노숙자들을 위해 치료비를 대신 내주는 '무료진료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씨 처럼 주민등록이 말소되지 않은 노숙자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현실적으로 혜택받기 어려워 말뿐인 시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주민등록 말소자 또는 이주노동자에 한해 입원 및 수술진료비(1인당 500만원 이내, 외래진료 제외)를 지원하고 있다.
대상자 규정과 지원 범위가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내국인은 극소수인데다 그나마 외래진료는 제외해 사전검진자체가 힘든 노숙자들에게 입원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도 불가능한 실정인 것이다.
사정이 이런 탓에 올해 정부가 책정한 45억9천만원중 경기도에 약 8억6천만원이 배정됐지만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무료진료 혜택을 받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성남 '안나의 집' 노숙인 센터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국민으로 등록된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이 의무화돼 있어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이 혜택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며 “각종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노숙자들은 이번에도 정부의 생색내기용 정책에 상처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료진료 대상자를 건강보험 장기체납자로 자격을 확대하고 외래접수부터 지원이 가능토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과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에서 운용하다보니 외래진료 지원까지 포함시킬 수가 없었다”며 “주민등록이 말소되지 않은 노숙자는 어쩔 수 없이 의료급여를 통해 진료혜택을 받을 것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자 울리는 무료진료제
입력 2005-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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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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