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주거환경 더 나빠지고 주민갈등 점차 증가
'가격대비 삶의 질 높냐'는 질문에 입주자들 "글쎄요"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원룸타운 입주민들에게 올 여름은 악몽 그 자체였다. 10층 이상의 고층원룸들이 1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통풍이 안 되는 데다 옆 건물에서 거실까지 훤히 들여다 보여 창문도 마음대로 열 수 없었다.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의 경우 건축법상 건물 간 이격(離隔)거리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민법 242조 1항에 의거 옆 건물과 50cm 이상 거리만 두면 얼마든지 건물을 신축할 수 있다. 일조권도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상업지역에 적용되던 도로 사선제한 규제를 폐지한 것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전월세난 해소목적으로 도입한 새로운 주거형태이다.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생활공간을 단기간 내에 대량으로 공급한다며 도시에 한정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해제한 것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해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의 건축을 허용하고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형, 기숙사형 등으로 주거형태를 다변화했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에 의한 감리로 변경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서도 제외했다. 주차장은 세대당 0.50~0.60대로 진입도로 폭 제한도 일반 공동주택의 6m보다 좁은 4m로 낮추었다.
준주택제도 도입했다. 오피스텔, 실버하우스, 고시원 등을 준주택으로 분류해 바닥 난방과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한편 오피스텔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업무공간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없앴다. 2013년 '8·18 전월세 대책'을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으며 1가구 2주택 규제에서도 제외했다. 무리를 하더라도 반드시 서민주거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각오였다. 고유가에 따른 경기 부진은 설상가상이어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업 진작에도 주목했다. 서민 주택사업자에 연리 2%의 장기저리 주택자금을 지원했다.
도시형생활주택 공급량은 2009년 78가구에서 지난 3월에는 33만959가구를 기록, 주택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기간 오피스텔 공급량은 연평균 3만3천실로 도시형생활주택 수의 50% 정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월세 가격은 여전히 천정부지이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은 역세권이나 도심, 대학가 등 알짜부지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아 분양가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전방위적으로 전월세 값 상승을 견인했던 것이다.
주거 다양화에도 역행했다. 도시형생활주택 10채 중 원룸이 6.5채인 것이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사업주들이 수익성 증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가구 수를 최대한 늘린 탓이다. 구도심의 생활환경은 더 나빠졌다. 작년 1월 13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경기도 의정부 대붕그린아파트 화재 참사가 상징적 사례이다. 정책입안과정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입주민들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전제가 화근이었다.
주민갈등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마다 민원접수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일조권과 조망권, 층간소음, 사생활침해, 집값 하락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인천 남동구청은 하루에도 민원이 여러 건에 이른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모 지자체의 담당공무원은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병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도시형 서민주택이 가격 대비 삶의 질을 높였냐는 질문에 입주자들의 대답은 "글쎄요"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행정실패"로 규정했다. 당초 전문가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원도심 난개발에 따른 교통 혼잡과 주거환경 악화, 범죄 증가와 역사문화 훼손 등이 귓전을 맴돈다.
앞으로가 문제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인 가구 비중이 27.2%로 1위를 차지했는데 2035년에는 34.3%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동굴원룸 동네에 언제 바람 길이 터질지.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