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우리는 삶 과정을 '길'에 비유
고비때 다른 길 배제·포기 하기도
하지만 미련과 아쉬움도 있다
오늘도 내가 선택한 길로 가며
가끔씩 회한과 서운함 느끼지만
더 없는 감사 드리며 걷고 있다

가지 않은 길
/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몇몇 '길'의 이미지가 있다.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아름다운 영화 '길(la strada)',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의 장중한 노래 '마이 웨이(My Way)' 등은 '길'을 상징의 차원까지 각인한 명품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로버트 프로스트의 명편 '가지 않은 길'은 가장 선명한 기억의 '길'을 뚜렷한 심상으로 선사해 준 바 있다.
시의 화자는 어느 가을날 숲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난다. 얼마나 망설일 것인가. 그래서 그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중에서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게 보이는 길을 선택한다. 도전과 개척의 의미를 품은 이 선택은, 다른 한 길에 대해서는 "다음 날을 위하여" 남겨두는 것을 수반하게 된다. 물론 이 갈림길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를 의심하면서 말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노경에 이르러 자신이 선택한 길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회상하게 된다.
흔히 우리 삶의 과정은 '길'에 비유되곤 한다. 그 '길'은 삶의 과정을 가장 적절하게 은유하면서 순간순간 우리에게 여러 갈래의 선택지로 다가온다. 만약 우리에게 하나의 길만 주어지고 그저 우리는 그 길을 걷기만 하면 된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평화롭고 단조로울 것인가. 하지만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 가운데 특유의 긴장과 활력을 가지는 법이다. 그런데 '선택'이 다른 것들의 '배제'나 '포기'를 뜻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요한 고비마다 다른 것들을 배제하거나 포기하면서 '길'을 선택해간다. 하지만 그 선택에 자긍과 겸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해도, 어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없을 것인가.
나는 이 시편 안에 담긴 시인의 삶의 여정, 곧 망설이고 아쉬워하면서도 종국에는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의 흐름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불가피한 선택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가지 않은 길'을 상상적으로 그리워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길'을 오늘도 걷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끔씩 그 선택에 회한과 아쉬움을 느끼면서, 더 없는 감사를 드리면서 말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