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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1월 27일 경인일보 '참성단'을 집필했던 故 李商珪 논설위원은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유당때 洛陽의 紙價를 올린 白光河씨는 그의 '壇上壇下'에서 四捨五入을 한 국회를 '천하에 둘도 없는 국회'라고 써서 갈채를 받았었다. 그 汚辱의 역사를 21세기를 설계한다는 오늘의 국회의원들이 무엇때문에, 왜 再演하는지 모르겠다. '深夜 무더기 처리' '濟州개발법 단독처리' 등등 신문의 제목들이 독자들을 30년전의 국회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고 적었다. 직필(直筆)은 계속된다. '13대가 의회로서의 수명이 몇달 남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모습으로 파장을 해야 하는지, 금배지를 단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의 국회에서 '기습' '날치기' '단독' '파행' 이라는 단어가 없어져야 나라 꼴도 제대로 된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수치스러운 비난을 언제까지 받으려고 하는지, 정말 딱하다. 한심스럽다'.

당시 이 위원의 칼럼은 경인지역은 물론 여의도 정가에서도 큰 인기가 있었다. 낙양지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이름 석자는 특히 경인지역 의원들에게는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특정 정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잘못이 있다면 언제나 당당하게 아무런 두려움 없이 문제의 핵심을 비수처럼 날카롭게 꽂았기 때문이다. 문체는 매끄러웠으며, 논리는 명쾌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도 뛰어났다.

하지만 이 의원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25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여전히 '하늘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답답한 일이다. '국회만 들어가면 멀쩡한 사람도 이상해 진다'는 신 속담처럼 대한민국 국회는 정말 이상하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은 스스로 중립성을 훼손시키며 국회의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고, 이에 반발한 여당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세균 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인다. 한 술 더떠 여당대표는 단식투쟁중이다. '파행'을 겪으며 국정감사는 야당 '단독'으로 진행중이다. 당시 이 의원이 통탄했던 '기습' '날치기' '단독' '파행'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막 잡아 올린 생선처럼 펄떡거리며 여전히 건재하다. 아니 이 위원이 회상했던 30년까지 따지면 55년이 지났건만, 정말 답이 없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다. 딱하다. 한심스럽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