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베벌리힐스'인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고급전원주택단지(경인일보 9월5일자 19면 보도)는 처음부터 재산 100억원대 이상의 부유층과 권력층을 겨냥해 조성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단지 조성을 추진해온 시행사 간부를 통해 확인됐다.
5일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선 육중한 바리케이드를 지나 나타난 150~200평 규모의 전원주택들은 보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빼어났다.
한창 단지가 조성중이라 조금은 황량할 정도로 집과 집 사이 간격이 멀었지만 곳곳에 설치된 무인감시카메라(CCTV)와 깨끗이 정돈된 도로가 이 주택단지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2000년 남서울 파크힐을 조성한 뒤 계속해서 관리를 맡고 있는 K사의 관리책임자 박모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박씨는 “남서울 파크힐은 조성 당시부터 일반인들에 대한 분양은 사실상 배제됐던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집 한채 짓는데 60억~70억씩 필요한 곳에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곳 땅 120여필지의 소유주들은 모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라며 “그 중 재계인사가 가장 많고 현직 국회의원, 검사장 등 정·관계 인사가 10~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특히 단지조성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지주들은 모두 현금 100억원 정도는 즉시 융통이 가능한 사람들로 검찰수사와 세무조사 등을 우려해 아직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120여가구가 들어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서울 파크힐의 최근 땅값은 호가 평당 600만~700만원에 이르고 있다. 400여평에 집을 지을 경우 땅값과 건축비를 포함하면 보통 60억~70억원이 소요된다.
최근 재계 인사가 이 곳에 지은 한 전원주택은 평당 건축비가 3천만원으로 땅값을 제외한 전체 건축비만 6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 로비 수사때 수차례에 걸쳐 검찰조사를 받았던 박씨는 “처음 세대별로 1억원에서 1억5천만원씩을 거둬 100억원을 조성한뒤 단지내 도로 등을 건설했고 현재는 세대별로 평당 1천원씩의 관리비를 받아 단지를 관리하는 것이 시행사가 하는 모든 일”이라며 “시행사이면서도 실력자들이 많은 남서울 파크힐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왕정식
·심언철·이유리기자·press10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