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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 누구신가. 천신(天神)인 환인(桓因)의 뜻을 받은 아들 환웅(桓雄)이 우리 땅에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開天) 백두산 신단수(神檀樹) 아래에 신시(神市)를 세워 홍익인간 이화(理化)세계의 대업을 시작하신 분이다. 그런데 단군은 아버지 환웅이 곰과 혼인, 낳은 아들이라고 해서 일연대사(一然大師)는 '삼국유사'에서 토테미즘(totemism)으로 여겼다. 일종의 샤머니즘이라는 불교적 시각이다.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帝王韻紀)'는 또 단군이 거수(巨樹) 단목(檀木)에서 태어났다고 했고 그건 유교적 시각이다. 또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건 서울 사직공원 사직단(社稷壇)에 모셔진 단군 영정이다. 새카만 머리, 좁은 이마에다 수염이 턱과 뺨을 뒤덮은 모습이 꼭 아랍인이나 호주 원주민 아니면 일본인의 조상설이 있는 아이누(Ainu) 족 같다. 통칭 '단군 할아버지'라면 우리 종족 할아버지 같아야 할 거 아닌가.

어쨌든 오늘은 우리 머리 위로 하늘이 열린 날이고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 아버님은 단군이시니…'의 개천절 노래처럼 우리의 성조(聖祖)가 단군이심엔 틀림과 변함이 없다. 그런데 거국적 기념식은 오늘이지만 강화도 마리(마니)산 참성단과 서울 사직단 등의 제천(祭天) 의식은 음력 10월 3일에 치른다. 원래 음력 날짜였고 양력으로는 해마다 날짜가 달라져 1949년 10월 1일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력도 음력처럼 10월 3일로 고정케 된 것이다. 한 해 농사를 지어 하늘과 조상에 제례를 올리는 10월을 상달(上月)로 쳤고 3이라는 숫자도 길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 개천절 기념식에 못 가면 음력 10월 3일 강화도 마리산이라도 올라보는 게 어떨까.

단군께서 하늘을 여신 지 4349년(檀紀). 우리 머리 위로 열린 하늘이 반만년(아직 멀긴 하지만)이나 닫히지 않고 창창한 끈기는 무엇일까. 단군의 檀은 가장 단단한 '박달나무 단'자고 '檀君'이라는 글자 뜻은 '박달 임금'이다. 다듬이 방망이로 쓰였고 옛날 포도청 나졸들이 휘두르던 방망이도 박달나무였다. 박달 임금님(단군聖祖)의 자손! 열린 우리 하늘이 만년 억년 영원하기를 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