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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유명인이 김영란법의 김영란이다. 내년 대선에 끼어들면 당선될지도 모른다. 영란이라면 금사향의 그 간지러운 노래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꿈을 꾸며 꽃 파는 아가씨/ 그 꽃만 사가시면 그리운 영난꽃…'의 그 영난 꽃부터 떠오르지만 '영난'인가 '영란'인가. '英蘭'은 '잉글랜드'의 음역(音譯)이고 '영란은행'은 잉글랜드 은행이다. 17세기 식민지 쟁탈로 영국과 네덜란드가 벌인 전쟁도 '영란전쟁'이었고 그 英蘭이 영국과 네덜란드였다. 3차례 전쟁 모두 네덜란드가 패해 해상 패권이 영국으로 넘어갔고…. 사람 이름이 붙은 naming법은 김영란법 말고도 많다. 법학자 홍완식의 '실명입법론'을 보면 가나다순으로 김강자법을 시작으로 김부선 김연아 김우중 김장훈에서 최진실 태완이 혜진예슬 홍준표 황교안까지 서른두 명에 이른다.

전두환 추징법은 돈이 29만원밖에 없어 2천205억원 추징금 중 1천672억원을 내지 못한 법이고 오세훈법은 정치개혁에 물꼬를 튼, 깨끗한 정치를 위한 그럴싸한 법이다. 링컨법과 장발장법도 있다. 전자는 뇌물 먹은 사람이 3배를 토해내는 법이고 후자는 상습절도라면 라면 10봉지를 훔쳤더라도 징역 3년 이상 중형에 처해지는 법이다. 미국에도 괜찮은 인명법이 있다. 민주당의 폴 사베인스(Sarbanes) 상원의원과 마이크 옥슬리(Oxley) 공화당 하원의원의 '사베인스 옥슬리법'은 기업의 회계규정을 대폭 강화한 법으로 정식 명칭이 '상장사의 회계 및 투자자 보호법'이고 약칭이 SOX법이다. 1946년 제정된 상표법인 '랜험법(Lanham Act)'과 반독과점법인 '셔먼법(Sherman Act)'도 있다. 후자는 '경쟁의 마그나 카르타(大憲章)'로 불릴 만큼 권위가 있다.

한국 인명법의 대부분은 권위가 없고 코믹한 느낌이다. 엊그제 중국 인민일보는 한국 사상 '가장 엄한 반부패법이 공포됐다(最嚴反腐敗法出臺)'고 보도했지만 글쎄다. 청정국가법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에 독(毒)이다 등 의견은 엇갈린다. 게다가 고자질로 돈을 벌려는 란파라치(란+파파라치)가 들끓고 그들을 코치하는 학원들이 준동한다는 거 아닌가. 그들을 다스릴 법까지 만들어야 할 판이다.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