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제 강점기 많은 양의 쌀이 공출되는 바람에 백성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다. 또 1970년대까지 만성적인 식량 부족으로 봄이면 힘겹게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다. 당시 정부에서는 혼·분식을 장려하고 쌀막걸리를 못 담그게 하는 등 쌀소비 억제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쌀이 남아도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쌀 소비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우리 국민이 밥을 덜 먹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80년 132.4kg이었던 것이 2000년 93.6kg으로 줄었고 2015년 62.9kg으로 줄어 30여 년 새 절반 이하가 됐다. 쌀 수급동향을 보면 2015년 전국 쌀 생산량은 433만t인데 반해 수요량은 397만t으로 약 36만t이 초과 공급되고 있다. 1인당 소비량 62.9kg은 하루 172g이며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약 100g이므로 하루 2공기를 못 먹는 것이다. 요즘 쌀값이 떨어져 20kg 한 포에 4만원이면 살 수 있지만 가장 비싼 이천쌀 6만원을 예로 들어도 한 끼에 들어가는 쌀값은 고작 300원이다. 하루 2끼 먹을 경우 600원이면 되는 것이다. 물론 반찬값이 따로 들긴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하루에 3잔은 마셔야 하는 커피값에 비할까? 3천원하는 생맥주 한 잔이면 5일 치 쌀을 살 수 있다.
경기도는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쌀 생산 감축과 소비 활성화 대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5년 8만2천㏊이던 벼 재배면적을 매년 약 3천㏊씩 줄여나가고 쌀 소비 판촉활동과 캠페인, 쌀 가공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벼 재배면적 감축을 통해 매년 쌀 생산량을 1만5천t씩 줄여나가고,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매년 약 2천300t의 벼 우수품종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 논에 벼를 심는 대신 콩, 감자 등 다른 작물 재배를 늘리기 위해 논농업직불금 대신 밭작물 직불금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 과잉 생산 쌀은 줄이고 잡곡 생산을 늘려 현재 23%에 머물러 있는 전체 곡물 자급률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필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을 '농자천하지근본(農者天下之根本)'으로 고쳐 부르길 좋아한다. 말 그대로 농업은 우리의 생명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식량을 생산하는 근본 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 공기나 물의 고마움을 못 느끼듯이, 식량의 고마움을 못 느끼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수질·공기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듯이 좋은 식량 생산을 위한 노력은 멈출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 당부드리고 싶다. 쌀은 수천년을 우리 몸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해 왔다. 밥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질리거나 탈이 나지 않는다.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위해 '아침밥 먹기', '하루 밥 한 공기 더 먹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
/김건중 경기도 농정해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