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김용성 목사 일본인 아내들 구제
월드컵·한류·대지진 복구지원…
한·일, 친했었는데 갑자기 '냉각'
양국의 앞날·아시아 미래 위해선
경제·문화·관광·청소년 등
더 많은 풀뿌리 교류 이뤄져야

한·일간 슬픈 역사에 휘말려 지옥 같은 삶을 살아온 그녀들, 경주 나자레원 부용회(芙蓉會) 할머니들의 외침이다. 부용회는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가 해방 뒤 버림받고 내쳐진 일본인 아내들의 모임이다. 현재 나자레원에는 23명이 거주하고 있고 평균 나이는 93세이다.
나자레원 설립자 고 김용성 목사(1918~2003년)는 독립운동가인 선친이 일본군에 의해 검거돼 살해당했음에도 갈 곳 없는 일본인 아내들을 삶의 나락에서 구제해 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또한 한국인들은 전혀 모르지만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정의를 위해 일제 당시 조선인을 후원한 일본인들이 의외로 많다.
일례로 3·1 독립선언의 토대가 된 동경 YMCA 회관 조선 유학생들의 1919년 2·8 독립선언 당시 일본 경찰에 체포된 우리 유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조국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변호하고 지원한 후세 타츠지 변호사(미야기현 출신) 등이다. 후세 변호사는 조선인을 돕는다는 이유로 옥살이, 변호사 자격정지, 아들까지 수감돼 옥사를 당하는 등 일본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2004년에야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인 최초로 대한민국건국훈장 애국장이 수여된 인물이다.
나자레원 설립자 김용성 목사의 선행은 아키타현의 일한친선협회 행사에 참석했을 때 한 일본 무용가 마츠시마 케이쇼씨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김 목사 생전인 1986년부터 경주 나자레원 지원회를 창설해 대표로 활동해오고 있다.
그는 현지에서 일본무용을 포함한 토크쇼를 개최하는 등 모금 활동을 해 나자레원을 방문하거나, 김 목사 선행을 널리 알려 혐한정서를 완화해 왔다. 또한 현재까지 40회 넘게 한국을 방문해 일본에서 모은 기부금 6천만엔(6억원)을 기부해 왔다.
마츠시마 씨는 슬픈 역사의 삶을 살아온 일본인 아내들의 상황과 그녀들을 구제한 김 목사의 활동과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재 지원금은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개개의 일본인이 일한 우호를 희망하는 마음과 행동이 토대가 되어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 아시아 미래를 향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는 기념행사와 정상회담까지 이어지고 현안이던 위안부 문제의 정부 간 합의도 이뤄졌다. 올해도 지난 9월초 라오스에서 한일정상회담과 11월께 한·중·일 정상회담 시 일본에서 한·일간 정상회담도 기대하게 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에 이어 겨울연가의 욘사마, 소녀시대 등의 한류 붐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한국 정부의 신속한 지원, 한국에서의 일본돕기 운동 등 21세기 들어 한국과 일본은 친근한 관계였다. 그러던 것이 무슨 이유에서 인지 일순간 얼어붙어 한일 각 지방 의회, 자치단체 간 교류들이 하나 둘 씩 금이 가고 끊어지는 상황이다.
2013년 8월 3번째 일본 근무로 이곳 센다이에 부임하게 됐다. 당시 한일교류행사에서 미야기현 등 지진피해 지역 지사들의 인사말에는 반드시 한국정부의 대지진 당시 지원에 감사 언급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미야기현 의회와 강원도 의회는 갑자기 교류를 중단했고 노력에도 불구 관계 회복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지난해 수교 50주년을 맞게 되었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앞둔 한일 양국은 아시아에서 처한 입장에 공동대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또한 더 이상의 냉각관계는 모두에 폐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양국 정부는 우선 문화·관광 교류 등을 지원했다. 그 덕분에 정부 간 교류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경제교류 강화 차원에서 관광·인적 교류, 민간차원에서 청소년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한국 초교생 20여명이 이곳 민단을 방문해 홈스테이를 하며 현지 일본 초등학생과 축구교류를 한다. 앞으로도 양국의 미래, 더 나아가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풀뿌리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양계화 주센다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