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시민들과 일부 참가업체들은 “8억여원이나 들인 행사가 수원시 이미지에 먹칠만 하는 행사라면 차라리 안하는 것만 못하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11일 오전 11시30분께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지난 9일 오후 개막한 '2005 게임올림피아드 수원' 마지막날인 이날 행사장에는 각종 게임대회, 전시 등이 이뤄지고 있는 워밍업장(아케이드 체험 및 전시관)을 빠져나온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얼굴이 상기된 채 비지땀을 흘리며 나오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찜질방을 방불케 하는 열기와 지독한 땀냄새에 숨이 막힐 지경이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섰던 관람객들은 찜통더위를 못이겨 채 1분도 안돼 입구로 다시 빠져 나왔고 무료 게임을 즐기던 초중생들도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밖으로 달려나왔다.
이날 기온은 때아닌 늦더위로 한낮에 32도를 육박한데다 실내는 이보다 더 높아 사실상 체감온도가 50도를 웃돌 정도였다.
특히 1천250㎡(390여평) 규모의 철조 전시관의 경우 한낮 직사광선이 내리 쬐는 열기에 달궈지면서 행사장내 설치된 70여대 게임기중 대다수가 작동을 하지 않아 참가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메인 행사장도 마찬가지.
더위를 못이겨 행사장내에 마련된 게임부스를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더위를 피하는 데 급급했다.
평택에서 온 강모(고2)양은 “오후 3시부터 하는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왔는데 행사장이 너무 더워서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다”며 아예 발길을 돌렸다.
여자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게임광 이모(29·자영업)씨는 “이런 조잡한 행사인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원시민으로서 다른 도시에서 온 게이머들에게 얼굴들기가 창피할 정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수원시의 무책임한 준비는 결국 전국에서 몰려든 IT·게임업체들에게 망신만 당하는 결과를 불렀다.
소니 코리아는 대회 첫째날인 지난 9일 내부에 전시관을 꾸민 전시용 버스를 끌고 왔다가 전시관 입장이 안된다며 수원시측에 거부당해 행사장 외부에 나홀로 전시관을 꾸미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전국 대회 행사라 당연히 전시용 버스를 내부에 들여놓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이토록 작고 열악한 행사장인 줄 알았다면 참가를 안했을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시 관계자는 “냉방설비도 없고 시설 자체가 낙후돼 다른 장소를 물색했으나 대안이 없어 이 곳을 선택했다”며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참여업체 섭외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