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벗이 죽어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우리 집에 빈소를 차리라'고 하셨고, 벗이 주는 선물일 경우 설령 수레나 말이라도 제사지낸 고기가 아니면 절하지 않으셨다." 공자가 평소 벗을 대하던 태도에 관한 '논어'의 기록이다. 앞의 한 장면은 아낌없이 주는 내용이고 뒤의 한 장면은 정 반대로 담담하게 받는 장면이다. 이에 대한 후대에 주석은 '의합(義合)'과 '통재(通財)'이다. '의합(義合)'은 의리로 합한 사이라는 것이고, '통재(通財)'는 재물을 통용하는 사이라는 뜻이다. 의리로 합한 사이이기 때문에 빈소가 없으면 자기 집안에 빈소를 마련해주고, 재물을 통용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귀중한 선물이라도 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제사의 경우는 벗의 조상을 자기의 조상을 대하는 공경의 예로 대하려 절을 하고 받았다는 것이다. 혈연으로만 따지자면 夫婦지간도 무촌이지만 벗도 무촌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벗 간의 웅혼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왔다. 고기 한 덩어리를 받아도 절을 하고, 말 한필을 받아도 덤덤히 받았던 그런 붕우의 이야기가 사라지면서 청렴의 이름으로 이제 3만원의 밥이 새롭게 등장했다. 벗 간에 덤덤해야 할지 절을 해야 할지 그런 고민은 이제 관심이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