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일본인 노벨상이 한국의 기를 팍 죽인다. 3일 생리의학상이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공업대 영예교수(71)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작년도 생리의학상의 오무라 사토시(大村智) 키타사토(北里)대 특별영예교수와 물리학상의 카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장, 재작년 물리학상의 아카사키 이사무(赤崎勇) 등 3년 연속 노벨상 수상국이 됐고 생리의학상만도 1987년의 도네카와 스스무(利根川進) 매사추세츠 대 교수, 2012년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 등 모두 4명이 수상했다. 역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25명. 한국은 후보설만 떠돌던 노벨문학상도 일본인은 1968년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995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받았고…. 한국은 단 한 명 DJ의 평화상조차 문제였다. 평화상이 아닌 '파괴상'이라며 반납해야 한다는 소리가 노르웨이에서도 불거졌다.
올해 생리의학상의 공로는 이른바 '오토파지(autophagy)' 현상을 규명한 것이라고 했다. autophagia, autophagy란 인체 세포 속의 손상된 소기관이나 노폐물을 세포 스스로 잡아먹는 현상으로 우리말로는 '자가 포식'이다. 잔뜩 먹는 '飽食'이 아니라 잡아먹는 '捕食'이다. 한글로만 '자가 포식'이라고 하면 飽食으로 오해하기 쉽다. 일본 언론은 '自食作用(자식작용)'이라고 했지만 그보다도 정확한 말은 '自家捕食'이다. 어쨌든 일본인의 끈기는 무섭다. 오스미(大隅→큰 모퉁이)교수는 장장 50년 그 연구에만 몰두했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암 등 난치병 치료의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는 도쿄의대도 아닌 도쿄공업대 영예교수다. 그 또한 기이하고 작년 생리의학상의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80세였고 재작년 물리학상의 아카사키 교수는 85세였다.
왜 선진국인가. 작년까지 미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347명이고 영국 120, 독일 104, 프랑스가 65명이다. 동양에선 일본이 '유아독존'이다. 일본은 노벨상이 예사가 됐다. 천황 생전퇴위, 북핵실험 등은 신문 호외(號外) 감이었지만 노벨상 뉴스는 1면 사이드 기사다. 그들을 따라잡으려면 통일 후에도 50년은 걸릴 게다.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