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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식 경기도의회 부의장
누렇게 익은 황금들판을 바라보면서 마냥 흐뭇한 미소를 머금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 108년 만의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튼실한 열매로 대풍(大豊)을 이뤄낸 생명의 경외감도 무색하게 농업인들 근심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올해 벼 재배면적이 77만㏊로 지난 해에 비해 대략 2만㏊가 감소했다. 하지만 양곡 창고마다 재고가 많아 재배면적 감소가 쌀값 지지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매년 이맘때면 갖게 되는 불편한 마음이 여기에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75만 명의 농가인구가 2025년에는 201만 명까지 줄어들고, 107만호의 농가호수는 95만 호로 감소한다. 또한 65세 이상 농가인구는 현재 39% 수준에서 47%까지 증가하고, 농가소득은 약 600만원 정도 늘어난 4천330만원에 머물 것이란다. 농업·농촌에 깊은 애정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우울한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국내 곡물 자급률은 24%로 34개 OECD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최근 잦은 기후변화로 국제 곡물가 변동성 또한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등 농산물 수출국들의 자원화 추세도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콩 자급률은 8.7%, 밀과 옥수수는 1% 미만으로 식량안보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독립운동가 매헌 윤봉길 의사는 '농민독본'을 통해 농민이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은 그 자리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이며, 농민의 세상은 무궁무진하다"고 호소했다. 산업화로 농업·농촌이 겪게 될 어려움을 예견하면서도 농민과 농업의 역할, 희망을 내려놓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농업과 농촌은 엄청난 가치와 의미를 지닌 생명 창고다. 식량생산 기능 외에도 환경보전, 농촌경관, 전통문화, 지역 공동체 유지, 수질개선, 담수효과 등 다원적 기능이 넘쳐나고 공익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그 공익적 가치는 무려 252조원이라고 한다. 도시민들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 등 공감적 의미는 수치화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선진국치고 농업 대국이 아닌 나라가 없듯, 선진국들은 농업과 농촌 가치에 대한 재인식하에 농촌경관 보전과 생물 다양성 유지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국제미작연구소 소장인 지글러 박사는 "돈으로 식량을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곡물 수출국들의 자원 무기화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식량 주권을 남의 손에 의지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농업 분야는 타 산업보다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 정책 결정에서도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농축수산물에 대한 전면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농업과 농촌의 피해는 막대하다. 또한 출처를 모르는 먹을거리의 범람은 국민 건강의 심대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26일 aT센터에서 열린 '2016 A Farm Show-창농귀농 박람회'에서 농업의 6차 산업화 지원을 다짐하면서 "농업 분야가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전하고 농촌을 사람들이 찾는 활기찬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업은 신기술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제 농업과 농촌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는 계기가 조성돼야 하고 그 기반이 확고해져야 하겠다. 농업과 농촌의 다원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보고 단순한 경제적 블루오션을 넘어 우리 삶의 창조적 공간으로서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

/염동식 경기도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