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부터 이뤄진 남북간 비방방송 중지에 따라 철거된 비무장지대 대북방송 장비가 체계적으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지적인 가운데 연천의 한 주민이 민간인에게 넘겨진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오연근기자·oyk@kyeongin.com
남북간 화해 무드속에 비무장지대서 철거된 앰프·스피커 등 역사·교육적 가치가 있는 대북방송 장비들이 군당국의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일부 장비는 부품으로 해체돼 외부인에게 넘겨지는 등 관리보존이 제대로 안되는 실정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13일 연천군과 관련 군부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비방방송 중지 협약에 따라 인천시 강화군에서 강원도 철원까지 비무장지대에 설치한 앰프·스피커·야간조명기 등 대북방송 장비를 모두 철거했다.

그러나 남북 분단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 비무장지대 대북방송 장비들이 철거 뒤 보존관리가 안된 채 각각 분리·해체돼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등 원래의 모습을 잃고 있다.
실제로 앰프와 스피커는 국군 심리전단에서 사용하고, 철골 구조물은 인근 군부대 경계시설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비무장지대의 상징적 군시설물이 마구잡이로 해체되면서 120여점이 예술작품의 한 구성 요소로 쓰려는 개인 소장가에게 무더기로 넘겨지는 등 보존·관리도 전혀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김모(52)씨는 “비무장지대 군 시설물이 갖는 상징성과 교육·역사·문화적 의미를 볼때 고철 폐기 처분보다는 후대를 위해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군부대 관계자는 “철거 시설물의 재활용 차원에서 스피커 앰프와 철골 구조물을 제각각 분리해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으며 관리계획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장비를 넘겨 받은 설치작가 박모(46)씨는 “베를린 장벽처럼 역사적 가치가 높은 시설들인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