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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북상하는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의 영향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 18호 태풍 '차바'가 5일 새벽 제주도를 강타한데 이어 남해안을 따라 지나가며 남부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태풍이 강타하고 지나간 지역은 시간당 100㎜가 훨씬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하천이 범람 위기를 맞았으며, 강풍으로 각종 시설물이 파손되고 수만가구가 정전되는 피해를 입었다.

부산에서는 강풍으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1명이 사망했고, 주택 2층에 있던 노인이 추락해 숨지는 등 인명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차바는 이날 새벽 4시께 제주 동부지역에 접근해 제주지역을 강타하고 지나갔다.

태풍은 제주를 지나갈 무렵에도 강력한 소형태풍의 위력을 유지해 이날 새벽 제주 고산에서 최대 순간풍속 초속 56.5m가 기록된 것을 비롯해 제주지역에 20~40m의 강풍이 불어닥쳤다. 아울러 4일 오후부터 5일 오전 7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 624.5㎜, 어리목 516㎜ 등 제주 산간지역에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부었다. 제주 평지 지역에도 이날 오전 7시까지 용강 385㎜, 서귀포 288.9㎜, 제주 172.2㎜, 성산 133.9㎜ 등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같은 강풍과 폭우로 제주는 이날 새벽부터 오전까지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태풍이 몰고 온 높은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항구 내에 피신해 있던 어선 2척이 전복되고 요트 1척이 침몰했다. 시내 곳곳에서 강풍에 가로수들이 쓰러지면서 전신주를 덮쳐 제주에서만 총 4만9천여 가구가 정전되는 대규모 피해가 났다.

이날 새벽에는 제주시 월대천이 범람하며 저지대 펜션과 가옥 등이 침수돼 관광객과 주민 수십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제주시 한천도 한때 범람해 인근 주차장에 세워뒀던 차량 수십대가 휩쓸려 파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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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호 태풍 차바가 강타한 5일 오전 제주시 한천 하류에 세워둔 차들이 물에 휩쓸려 뒤엉켜 있다. /연합뉴스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의 공항과 항만 등은 발이 꽁꽁 묶였다. 5일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편 42편이 결항돼 승객 6천500여명이 불편을 겪었고, 이날 제주를 찾을 예정이던 코스타 빅토리아호(7만5천166t)와 코스타 포츄나호(10만2천587t) 등 2척은 입항이 취소됐고, 다른 여러척의 대형 선박들이 기항 일정을 미루거나 기항지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9개 항로 15척의 여객선 운항도 이틀째 중단됐다.

제주를 강타하고 이날 오전 여수 인근 해안으로 접근한 태풍은 방향을 부산 쪽으로 돌려 남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해안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여수에서는 이날 오전 봉산동의 주유소 주유기가 강풍에 넘어지는가 하면, 대형간판이 쓰러지면서 공중전화 부스를 덮치는 등 강풍에 의한 피해가 잇따랐다.

강풍으로 도로 곳곳의 가로수가 뽑혀 넘어지면서 차량 통행이 불편을 겪었고, 안산동·소호동 일대 아파트 1천800여 가구가 정전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돌산읍 일대 주택들과 쌍봉동 사거리 등 저지대 도로들도 곳곳에서 침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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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제18호 태풍 '차바'(CHABA)이 몰고 온 파도가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를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는 강풍과 폭우로 곳곳에서 침수와 시설물 파손이 이어진 가운데, 강풍에 의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 43분께 부산 강서구 대항동 방파제에서 어선 결박 상태를 점검하던 허모(57)씨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고, 오전 10시 52분께에는 수영구 망미동에 있는 주택 2층에서 박모(90)씨가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오전 11시 2분께에는 영도구의 공사장에서 타워 크레인이 넘어져 인근 컨테이너를 덮치면서 컨테이너에 대피해 있던 근로자 오모(59)씨가 숨졌다.

이날 오전 11시 34분께에는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9층짜리 주차타워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면서 주차타워 안과 밖에 주차해 있던 차량 7대가 파손되기도 했다.

강풍으로 인해 시설물이 파손되거나 전선이 끊어지면서 부산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1만8천여 가구가 정전돼 비상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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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5일 오전 부산 동구의 한 병원 근처에서 힘 없이 무너진 주차타워. 이 사고로 주차타워 안팎에 있던 승용차 7대가 파손했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연합뉴스

이날 오전 최고 시간당 124㎜의 비가 쏟아지는 '물폭탄'을 맞은 울산지역은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쏟아진 폭우로 울산 태화강의 수위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국토교통부 낙동강홍수통제소가 오후 1시 20분을 기해 태화강 지역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울산지역 곳곳의 소하천이 범람해 고립됐다는 신고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강풍과 폭우의 여파로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이날 오전 신경주역~울산역 구간 전차선이 단전되면서 KTX 울산역에서 서울방향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코레일측은 이날 오전 10시 52분 울산역을 출발하는 KTX 열차를 비롯해 이날 오후 1시 42분까지 총 7편의 서울방향 KTX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공장도 생산라인 일부가 침수되면서 오전 11시 10분께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공장 안까지 물이 들어와 안전을 위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태풍 차바는 이날 낮 12시 현재 부산 동북동쪽 약 30㎞ 해상을 지나 동해로 향하고 있다. 태풍은 이날 오후 6시께에는 독도 동남동쪽 약 120㎞ 해상까지 진출한 후 6일 새벽 일본 본토 서해안 지역에 상륙할 전망이다. 낮 12시 현재 태풍은 중심기압 975hPa, 최대풍속 초속 32m, 강풍반경 230㎞의 중간강도 소형 태풍으로 위력이 축소됐다.

/박상일·조윤영·양형종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