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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을 당장 고쳐야 할 판이다. 70도 드물고 끽해야 80까지 살던 구시대 속담 아닌가. 세계 최고 장수 국가 일본엔 '미쓰고노 타마시이 햐쿠마데(세살 아이 혼 백세까지)'라는 비슷한 속담이 진작부터 있다. 그런데 드디어 100세 보험시대라는 뉴스다. 길어야 80세까지 의료비, 치매 간병비 등을 보장하던 보험상품들이 100세까지로 바뀌고 이미 3분의 1이 그렇다는 거다.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는 '백세인생' 노래가 아니더라도 과시 100세 인생 시대다. 계단 오르기 TV 캠페인에서 '내가 올해 90이야! 나도 오르는데 힘들어? 헤헤'하는 송해 씨만 봐도 80세 보험은 웃기는 거 아닌가. 전국 노래자랑에서 사과덩이를 뭉텅 물어뜯는 걸 봐도 치아도 성한 것 같고 그 많은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 걸 보더라도 두뇌도 아직 쌩쌩한 듯싶다. '그가 몇 살까지?'가 세상 노인들의 지대한 관심사다.

'Homo hundred'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했던가. 올해 97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건강 또한 놀랍다. 아직도 TV강연 등 1주일에 5번은 강의를 한다는 그의 물 흐르듯 거침없는 어조는 40대 교수 때나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런 두뇌 유지의 비결이 뭘까. 끝없는 독서와 탐구, 연찬(硏鑽) 그거다. 재작년 3월 97세로 세상을 뜬 일본 작가 오니시 교진(大西巨人)도 '巨人' 이름답게 만년까지도 짱짱한 머리로 '심연(深淵)' '축도(縮圖)·잉코도리교(インコ道理敎)'등 작품을 발표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되기도 전인 1980년대 초 농가의 생산청부제(生産請負制) 실시에 큰 공헌을 했던 '농촌 개혁의 아버지' 뚜룬성(杜潤生)이 102세로 취스(去世)한 건 작년 10월이었다. 그는 당 최고 간부의 한 사람인 왕치산(王岐山)도 길러냈고 국가 주석 시진핑도 지방간부 시절 그에게 지도를 청원하기도 했다.

100세 보험도 중요하지만 보험금 혜택 없이 떠나는 인생이 낫다. '9988 234'니 '나이야 가라!'라는 건배사 외침은 이제 굳어진 구호가 됐지만 육신도 두뇌도 끝없는 운동이 필수다. 그래야 치매 따위 걱정 없이 저승길 삼도천(三途川)을 개운하게 건널 수 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