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1962~)

바람같이 걸리지도 않고 바위같이 들리지도 않는 생각이 걸릴 듯, 들릴 듯 교차되는 시기. 생각이 물들어 갈수록 지나온 과거와 지나는 현재, 그리고 오지 않은 미래는 헛되고 부질없는 생각 속에서 형형색색의 빛깔을 낸다.
거슬러 올라간 거기에는 나와 너도, 너와 나도 외로운 뿌리에서 고요하게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당신 생각을 하며 잠든 당신의 당신도 하염없는 생각의 숲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