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기어 탓 위험 인식 약해
아마추어 시스템 점검 필요

한국 복싱이 최요삼, 배기석에 이어 고교생 복서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수원의 한 고교에 다니는 A(16) 군은 지난달 청양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복싱우승권대회 8강전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중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한달 여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9일 오전 숨을 거두고 말았다. 평소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부모님께 국가대표가 돼 금메달을 안기겠다고 얘기했던 A군의 사망 소식은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한국 복싱 링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7년 12월 25일 최요삼은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털 타이틀 1차 방어전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8일 만에 뇌사판정을 받았다. 최요삼의 사고는 허술한 안전 조치의 결과로 드러났다. 경기에 배치된 의료진은 정형외과 의사 1명뿐 이었고 응급조치도 허술했다.

최요삼의 사고 이후 지정의사(링닥터)는 반드시 신경외과 전문의가 맡도록 하는 등 변화가 생겼다. 2010년 7월 17일 배기석이 한국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을 마치고 뇌출혈 증세로 쓰러졌지만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아마추어 복싱대회에서 사고가 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헤드기어를 착용하기 때문에 프로 복서들보다는 뇌 손상 위험이 적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이러한 인식 때문에 링닥터가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싱인들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마추어 복서에 대해서도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