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과 오방색 깃대 들고 지신밟기 '역사적 장면'
남북평화·미군기지 조속 반환 기원 '행복한 잔치'
지역대표 예술제 '감동 선사' 구민들 자부심 느껴

홍미영사진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감동적인 축제였다.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자치단체장 처지에서 안전사고 없이 큰 행사를 치른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일이지만,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린 '제20회 부평풍물대축제'는 가슴이 뻥 뚫리는 행사였다.

특히 미군기지인 캠프마켓에서 가을 소나기를 맞으며 300여명의 구민들이 손에 풍물과 오방색 깃대를 들고 지신밟기를 하는 모습은 역사적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 반환이 지연되고 있는 미군기지에서 "땅도 땅도 내 땅이다. 부평 땅도 내 땅이다"란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행진을 하며 100년 가까이 철망 안에 갇혀 있던 지신을 달래고 나니 '훅'하고 캠프마켓이 부평구민에게 되돌아올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미군기지 내 요지에 자리 잡고 잘 자란 수령 200년의 암·수 은행나무를 당산목으로 정해, 금줄에 구민들의 희망이 담긴 소원지를 묶고 제를 올리자 인천시 행정부시장이 부평구의 숙원인 '굴포천 복원'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물'까지 내놓았다.

사드 배치 문제로 정치·사회적으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굳이 미군기지에서 행사를 진행해야 하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시민이 정치적 불만이 있다는 핑계로 구민의 소원을 담아 벌이는 20주년 축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겠는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한바탕 춤추며 남북평화와 미군기지 조속한 반환, 그리고 모든 구민의 행복을 기원하고 나니, 마치 그간 수십 년 묵은 그 땅의 액운을 한꺼번에 '씻김굿' 한 듯 시원하고 새 희망에 차오른다.

다만 애초 계획대로 원하는 부평구민 누구나 우리 땅인 부평 미군기지에 들어가지 못하고 제한된 인원만 입장한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물론, 이번 부평풍물대축제는 '캠프마켓 지신밟기'만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전야제 행사인 애인페스티벌에는 지난 8월 전국노래자랑-부평 편에서 수상한 구민, 부평청소년 가요제 수상자, 국내 인기 걸그룹 등이 출연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평소 차만 다니는 부평대로 8차선 약 1km 구간을 축제의 피크 기간인 주말 이틀 동안 사람 중심의 '광장'으로 만들고, 그 광장 안에서 다양한 체험부스와 90여 공연단체들의 멋진 공연이 펼쳐지니, 빗속에도 60만 명 이상이 풍물을 즐기며 어울리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아르케 풍물단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악기 풍물을 배우고 느끼게 해보는 체험교실을 운영해 인기를 끌었다. 인하대 언어교육원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흥겨운 한국문화가 신기하고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소감을 남기니 앞으로 풍물축제의 전망이 더 밝아 보인다.

하늘이 도와 마지막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 때는 비까지 그쳐 부평의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들을 보는 즐거움과 새로운 도약의 느낌을 만끽했다.

공업도시, 상업도시로 알려진 부평구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 연속 '지역대표 공연예술제'로 선정한 '풍물대축제'가 열리는 것만으로도 부평구민들은 큰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2개 전체 동에 풍물단이 구성돼 각종 동네 행사에 참여하거나 연습을 통해 실력을 연마하고, 부평풍물대축제에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경선을 벌임과 동시에 1천~2천명이 줄지어 연합 풍물퍼레이드를 벌이는 것 자체가 진풍경이란 평을 듣는다.

이번 부평풍물축제에 처음 와 봤다는 한 지인은 "적은 예산과 악천후 속에서도 모든 구민이 하나가 되는 장면은 보며 전율을 느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전국은 물론 세계 많은 축제에 가보았지만 부평풍물축제처럼 재미를 넘어서 감동을 준 곳은 없었다"고 메시지를 보내 왔다. 특별히 궂은 빗속 행사에도 안전사고 하나 없도록 뒷바라지한 수많은 시민 자원봉사자들과 공직자, 지역행사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경찰관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