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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이라면 보수당과 함께 영국의 양대 정당이고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에도 있다. 하지만 노동당이 조선로동당처럼 인민을 100일 전투다, 천리마 만리마 전투다 뭐다 해서 강제노역에만 내모는 정당은 아니고 엄청난 수해를 당해도 복구를 인민의 맨손에만 맡기지도 않는다. 조선로동당은 또 당 창건기념일 전·후면 꼭 핵실험이나 미사일을 쏴댔고 또 하나 당 창건기념일 전후의 크나큰 과업이 있다. 김일성 부자 동상 제막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6일 개성 시에서 제막식을 가졌고 1945년 이래 최악의 수해지역에는 얼씬도 않던 북한 고위층이 총집결했다. 동상 키 20m. 7층 건물 높이다. 그런 김 부자 동상을 지난달 23일 수해지역인 양강도(평북과 함남 중간)에, 4월엔 평안남도 등 6개월도 안돼 연거푸 세웠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후 4년간 35개의 김정일 동상과 250여개의 김 부자 동상을 추가, 전체 김 부자 동상이 무려 3만8천여 개라는 거다. 개 고양이도 웃을, 인류사상 전무후무(前無後無)할 망발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이 1982년 방북, 낯을 찡그리며 지적했다. 2만3천개 김일성 동상이 너무 많다고. 그는 '이렇게 동(銅)이 넘칠 정도면 우리 지원은 필요 없는 거 아니냐'고 했다. 역사 속 동상 철거 시리즈를 김정은은 모를 수도 있다. 레닌의 동상이 소련 해체와 함께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광장에서 철거된 건 1990년 3월이었고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스탈린 동상도 그해 1월 철거됐다. 공산주의 본고장인 모스크바의 레닌 동상도 그 이듬해 8월 철거됐고 베이징대학의 마오쩌둥(毛澤東) 동상 철거는 그보다 앞선 1988년 4월이었다.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의 동상도 2003년 철거됐고….

핵과 미사일, 동상이 김정은의 업적 전부다. 그런 3대 세습 독재가 와해되면 그 많은 동상 철거는 볼만한 역사적 광경일 게다. 그걸 못 보면 여한이 될 거고…. 올해 조선로동당 창건 71주년은 고요히 넘어가는가. 1948년 출범한 미국의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가 8일 경고했다. '북한은 4년 내 핵무기 100개를 실전배치,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그 4년을 미국이 보고만 있을까.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