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천 만석부두에 나포된 중국어선들 지난 7일 서해상에서 해경 고속단정이 중국어선의 고의충돌로 침몰 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이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지만 해경은 '총기 사용 적극 검토'만을 반복할 뿐 뾰족한 대책이나 수단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오후 인천시 동구 만석부두에 불법조업에 나섰다가 나포된 중국어선들이 가득차 있다. 이들 어선은 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 혐의로 해경에 나포돼 법원 판결 등을 앞두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파이프·손도끼 등으로 생명 위협
단속해경 사망·부상자 속출 불구
4.5t으로 100t 나포하려다 사고
총기사용은 검토만 되풀이 '답답'

우리나라 해역을 침범하는 중국 어선들이 '해적'화 되고 있다. 과거 도망가기 바빴던 중국 어선들이 대담하게 무리를 지어 해경을 공격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단속에 나선 해경 고속단정을 침몰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우리 해역을 침범하는 중국어선은 날로 흉포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해야 하는 해경의 인력과 장비 등은 제자리 수준이다. 제집 드나들 듯이 우리 영해에 출몰하면서 한국 어민들은 물론 해경의 목숨마저 위협하는 중국어선. 경인일보는 최근 중국어선에 의해 침몰한 해경 단정 사건을 계기로, 중국 어선의 흉포화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경의 대응 미비점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7일 오후 3시 8분께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100t급 중국어선이 단속 중인 인천해경 3005함 경비정 소속 고속단정(4.5t급) 1척을 침몰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어선의 충돌 공격 후 조동수(50·단정장) 경위가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다행히 다른 고속단정에 구조됐지만, 하마터면 중국어선에 부딪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서해5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당시 인천해경 특공대원에 소속돼 있던 이청호 경사가 중국 선장이 휘두른 유리조각에 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지난 2008년에도 중국 선원의 둔기에 맞아 당시 목포 해경 박경조 경위가 숨졌다. 단속에 나섰다가 부상당한 해경 대원의 수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4명에 달한다. 쇠파이프나 낫, 망치, 손도끼 등 흉기를 휘두르며 생명을 위협하는 중국 선원들은 해적과 다름없다.

게다가 중국 어선들이 목선에서 100t급 철선으로 교체한 다음부터 해경의 단속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서해5도 어민들의 설명이다. 7일 사고도 해경의 4.5t 고속단정이 자신보다 20배 이상 큰 100t급 중국어선을 나포하려다 발생했다.

배복봉 대청도선주협회장은 "불법 중국 어선은 계속 커지고, 대규모가 되고 있는데 작은 고속단정 1~2척이 중국 어선 30~40척을 상대하다 보니 중국 선원들이 (우리 해경을) 우습게 보고 있다"며 "최신 무기를 갖춰 놓았다고 하는데 왜 사용을 하지 않는지 어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해경은 '총기 사용 적극 검토'만을 반복하고 있다. 2011년 이청호 경사 순직 사건이 터지자 해경은 "단속 경찰관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국어선 접근 단계에서부터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해 3월 대청도 어민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는 함포 사용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명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현장 요원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총기 사용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후 상황까지 고려하면 현장에서 총기나 무기를 실제로 활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첨단무기로 중무장해도 구체적인 사용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현장 대원이 미리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