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건은 엄폐하면 보이지 않는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어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빛 속에 잠재되어있듯이 일상에서 치켜세우는 미덕의 이면에는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공자는 제자들이 지니고 있는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는데, 그 중 자로에 대한 애정과 걱정은 곳곳에서 보인다. 이 육언육폐 역시 자로에게 가르친 내용이다. 공자가 말씀한 여섯 자리의 미덕인 六言이란 지식이나 지혜를 추구하는 지(知), 그것을 몸소 실천하는 덕인 인(仁), 이것 들이 잘 구현되지 않을 때 분발하는 덕인 용맹(勇), 진리와 사람에 대한 믿음인 신(信), 왜곡됨이 없이 표출되는 덕인 정직(直), 굳세서 나태하지 않는 강건함(剛)이라는 여섯 가지 미덕에도 각각 제대로 탁마하지 않을 경우의 폐단이 있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런 폐단을 바로잡아주는 방법이 배움(學)에 있다고 보았다. 배움이 없는 상태에서, 인(仁)만 추구하면 어리석어지고, 지(知)만 추구하면 너무 호탕해지고, 용맹(勇)만 추구하면 어지럽게 되고, 믿음(信)만 추구하면 자기와 남을 해치게 되고, 정직(直)만 추구하면 급하게 되고, 강건함(剛)만 추구하면 경솔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치우친 면이 조금씩이라도 있기 마련이니 공자의 말씀을 기준으로 나의 단점을 성찰해보고 그 방면의 배움을 탁마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