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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각)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미국 대선 2차 TV토론은 사상 최악이었다는 평이다. 뉴욕타임스는 'tense exchanges(거북한 교환)' 정도로 점잖은 평가였지만 워싱턴포스트는 'body language 수준'이었다고 폄하했다. 네티즌 평가도 '저질(low quality)' '사상 최악(worst of worst)' 등 악평이 쏟아졌다. 힐러리와 트럼프 둘 다 저질로 눈뜨고 봐줄 수 없다는 거다. 생중계한 TV도 새삼 바보상자로 확인됐고…. 그러기에 뉴욕의 존 오코너 추기경은 1989년 6월 성 패트릭 성당 연설에서 TV를 '전파 쓰레기의 사막'이라고 매도했다. 하긴 토론이라는 말 자체가 정벌하고 토벌한다는 '칠 토(討)'자다. 영어 debate(토론)도 discussion보다는 격식을 갖춘 점잖은 입씨름이지만 일단 시작했다 하면 argument(시비)와 격한 감정의 dispute가 되고 종내는 쳐부수는 '討論'으로 끝장내기 쉽다. 그러니 그 질적 추락이야 항례(恒例)다.

하지만 1960년 9월 26일 닉슨과 케네디의 사상 최초 TV 토론에 쏠린 시청자의 관심은 순수하고도 진지했다. 시카고 CBS에서 열린 토론은 미국의 3대 TV와 라디오로 미 전역에 생중계됐고 시청자는 대체로 닉슨의 우세로 점쳤다. 무명에 가까운 케네디에 비해 닉슨은 8년간의 부통령 후보로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늙고 초췌해 보이는 닉슨과는 달리 40대 케네디는 젊음이 넘쳐났고 짙은 색 양복에다 시청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설득해 나가 케네디에 시청자 시선은 쏠렸다. 결국 케네디는 노련한 닉슨을 압도했고 그만큼 또 시청자는 감성적이었다. 스웨터 차림의 구수한 땅콩장수 카터가 포드를 누른 것도 TV토론 덕이고 허여멀건 허우대에 부드러운 언변의 배우 출신 레이건을 별 진통 없이 대통령으로 출산시킨 것도 감성적인 TV였다.

지난 1월말 갤럽 여론조사에선 30%의 미국인이 '좋은 대통령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는 게 CNN 보도였다. 이제 사상 최악의 2차 TV토론에 이어 3차 대결로 미국 대선은 사실상 끝난다. 혹시 트럼프? 그래도 일단 세계 최고 권좌에 오르면 그럴싸한 대통령으로 확 달라질 수도 있다. 그게 미국과 동맹국의 희망일 게다.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