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담당관(이웅용)
이웅용 인천 서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담당관
그동안 각종 공직 선거를 치르면서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다.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 이 두 가치 중에서 나는 과연 어느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다.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과 행정적 조치, 심지어는 고발장을 작성하는 그 순간까지도 이 물음은 단 한 번도 본인의 의식 속에서 떠나 본 적 없는 화두다.

헌법적인 시각에서 볼 때 선거운동의 자유란 '자유선거의 원칙'에서 도출되는 헌법상의 원리이자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다. 또한 '선거권 행사의 전제 내지 선거권의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고 헌법재판소는 말하고 있다(93헌가4).

선거의 공정이란 국민의 선거자유와 선거운동 등에 있어서 '기회의 균등'이 담보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선거의 공정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거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거 자유의 한정원리'로 기능하고 있다(2011헌바17).

선거의 자유와 공정은 선거사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어느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에 대한 실무적인 고민을 만들어 낸다. 헌재는 선거의 공정은 수단적 가치일 뿐 그 자체가 헌법적 목표는 아니라고까지 말하고 있다(2007한미1001). 그렇다고 선거의 자유가 일방적으로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선거의 공정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수호해야 할 중요한 이념이다. 이는 과거에 암울했던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에 대한 반성과 선거의 공정 없이는 선거의 자유와 민주정치의 발전이란 한낱 꿈에 불과함을 경험을 통해 습득한 결과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선거의 공정성은 한 나라의 정치문화, 선거풍토와 선거문화의 수준, 민주시민의식의 성숙정도 등 제반 사정에 따라 우선순위는 변화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치관계법 개정을 위한 여론수렴 공청회를 개최하고 지난 8월 25일 국회에 개정의견을 제출했다.

주요 개정의견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만 가능했던 말과 전화에 의한 선거운동을 선거일을 제외하고는 상시 허용하고, 자발적으로 결성된 정치인 팬클럽, 동호회 모임의 선거운동을 허용했다.

또 시설물과 인쇄물 등을 활용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한 규제 완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의 범위 축소, 선거권자 연령 하향(18세) 조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번 선거법 개정의견의 핵심은 결국 '선거운동의 자유'라고 본다.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있는 우리의 선거문화에 대한 고민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새로운 비전이 이번 개정의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민이 이번 개정의견에 관심 갖기를 기대한다. 국회와 정당 역시 한국의 선거문화와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을 면밀하게 판단하고, 현실 정치적 시각에서 벗어나 선거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통해 '선거운동의 자유와 공정'이라는 두 이념이 적절히 조화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이번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꼼꼼히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근시안적인 안목이 아닌 '매의 눈'으로 말이다.

/이웅용 인천 서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