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경기하이테크산업박람회 풍경-둘째날

 28일 오전 베이징 국제전람중심 5호관. 개막 첫날의 어수선함은 다소 가라앉았지만 상담 테이블에 앉은 업체 관계자들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다.

 박람회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업체와 제품의 이름을 알리는데 역량이 집중됐던 첫날과는 달리 소위 말하는 '진성 바이어'와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상담시간도 부쩍 길어졌다. 제품에 대한 상세설명은 물론 서로 회사의 특성과 규모 등 기본정보를 공유하고 투자 및 구매협상까지 의견을 주고 받다보면 한 두시간을 훌쩍 지나간다.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위해 한 업체는 자체 개발한 공업용 세제까지 바이어가 보는 앞에서 벌컥벌컥 마신다. 또 시간이 없이 박람회장을 찾지 못하는 바이어를 위해 직접 현지 회사를 방문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투자 및 구매협상으로까지 이어지는 바이어들은 대부분 그 분야의 전문가. 따라서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하기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더라도 계약 성사전까지는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긴 협상을 끝내고 바이어를 배웅하는 업체 관계자의 얼굴에 좋은 예감이 내비친다.

 ○…RFID(무선인식기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세연테크놀로지는 이번 베이징 박람회에서도 지린성 사평자동차그룹과 MOU를 체결하는 등 고공행진. 세연테크놀로지는 사평자동차그룹의 부품생산공정에 자사의 RFID기술을 적용할 경우 최소 100억원 이상의 계약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또 이 회사는 중국 유력 IT회사인 베이징 가라보(Garavo)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사와 ITS(지능형교통시스템) 분야의 기술협력 상담을 벌이는 등 신바람.

 ○…식품이나 제약부문 설비에 들어가는 '분체이송 및 저장선별 설비'를 생산하는 덕영엔지니어링(안양시)은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질문을 많이 받는 업체로 부상. 긴 관을 따라 쉴새없이 분홍색 입자들을 빨라올리는 덕영의 설비에 많은 업체 관계자들이 쉴새없이 질문을 던지자 박영환 사장은 하루종일 부스에 머물며 '적은 전력으로 가루나 입자를 효과적으로 이송하는 설비'라고 일일이 친절한 답변을 해주기도.

 ○…혈당측정기를 생산하는 올메디커스(안양시) 부스는 공짜로 혈당을 측정하기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하루종일 끊이지 않아 북적. 올메디커스의 손바닥만한 혈당측정기 '글루코 닥터'는 이미 국내에는 널리 알려졌지만, 혈당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는 중국 사람들은 낯설어 하며 너도나도 혈당측정을 요청. 공짜 혈당측정은 중국업체 관계자뿐 아니라 박람회에 참가한 한국쪽 참가단에게도 인기 만점.

 ○…베이징 국제전람중심에서 2005 경기하이테크산업박람회가 동시에 개최되고 있는 주변 박람회에 비해 깔끔한 디자인과 실속있는 구성으로 한국기업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 국제전람중심에서 가장 규모가 큰 1호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유리산업 및 신기술 박람회'는 덩치에 비해 어수선한 실내 구성과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업체선정으로 재래시장 거리를 연상케했고 2·3호관에서 개최된 의료산업박람회는 화려한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관람객이 많지않아 썰렁. 반면 경기하이테크박람회는 박람회 특성을 살린 업체선정과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한 넉넉한 실내공간 배치 등에서 돋보여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